삶에 만족도가 높은 사람이 부정적 상황에 더 잘 대처하는 뇌 구조를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김은주 연세대 교육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2일 ‘행복한 사람이 자기 부정적 정보 처리에 더 많은 신경망을 사용한다’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과 관련된 외부 정보를 처리할 때 특히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이 있다. 뇌의 앞쪽(미간 뒤쪽)에 위치한 이곳의 이름은 ‘안쪽 전전두피질’이다. 연구팀은 삶의 만족도와 안쪽 전전두피질 활성화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뇌를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삶의 만족도가 높은 19명과 낮은 21명을 대상으로 기능자기공명영상(fMRI)을 촬영했다. fMRI는 뇌 각 부분의 신경세포 활성화를 관찰할 때 쓰인다.
연구팀은 얼굴 세 종류와 단어 세 종류를 하나씩 조합해 실험 대상자에게 제시했다. 얼굴은 피실험자 자신과 공적인 인물, 낯선 인물이었다. 단어는 자유·존경·사랑 등 긍정적인 것, 범죄·실패·공포 등 부정적인 것, 법률·분석·방향 등 중립적인 것이었다.
실험 결과 삶의 만족도가 높은 집단에서 자신의 얼굴과 부정적 단어가 결합됐을 때 안쪽 전전두피질이 가장 많이 활성화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때 안쪽 전전두피질은 뇌의 정서 조절영역인 편도체·뇌섬엽과 높은 수준의 신경 연결도를 보였다. 행복한 사람은 자신과 관련돼 나쁜 정보가 외부에서 제시됐을 때 뇌가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얘기다. 반면 삶의 만족도가 낮은 집단에서는 자신의 얼굴과 긍정적 단어의 조합이 제시됐을 때 안쪽 전전두피질이 가장 많이 활성화됐다.
김재진 교수는 “외부의 부정적 정보에 적극 대응하는 사람일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며 “행복한 사람은 부정적 자극의 영향을 최소화시키고 회복탄력성이 높은 뇌 구조를 갖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논문은 지난달 22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게재됐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행복한 사람’ 부정적 상황 잘 대처하는 뇌 가졌다
입력 2016-03-02 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