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통일로를 따라 북쪽으로 50㎞ 지점. 차로 1시간정도에 불과한 거리에 북한이 마주 보이는 곳이 있다는 사실에 엔다바 마자바니(남아공) 목사는 적잖이 놀란 듯했다. “분단의 현장이 이렇게 가까울 줄은 몰랐습니다.”
2일 동족상잔과 국토분단이라는 민족의 아픔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곳, 경기도 파주 진서면 공동경비구역(JSA) 내에 위치한 판문점을 세계 복음주의교회 지도자들이 찾았다. 판문점을 둘러싼 지름 800m의 공간. 이곳 JSA는 한반도 중앙을 가로지르는 248㎞의 분단선 중 유일하게 철책이 걷힌 곳이다. ‘공동경비’라는 말 그대로 남과 북의 협력을 전제로 한 지역이지만 팽팽한 긴장감만 감돈다. 이날 세계복음연맹(WEA) 세계지도자대회 참가자 80여명은 판문점을 돌아보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악화일로에 있는 남북관계 탓인지 판문점의 분위기는 냉랭했다. 대남확성기를 통해 북측의 음악이 웅웅 들려왔다. 지척에서 마주보는 남북 병사의 시선은 차가웠다. 글린 카펜터(뉴질랜드) 목사는 “같은 민족인 양국 청년들이 경직된 자세로 서로를 노려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슬프다”며 안타까워했다.
WEA 관계자들은 판문점 내 장성급 회담이 이뤄지던 T2막사를 찾았다. 북의 도발로 2009년 3월 이후에는 이곳에서 회담이 진행된 적이 없다. 회담장 안에서 군사분계선은 효력이 없지만 중앙테이블 위를 가로지르는 마이크 선이 남과 북을 극명하게 나누고 있었다. 통제에 따라야 하기에 따로 모여 예배를 드리지는 못했지만 WEA 관계자들은 각자 선 자리에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했다.
WEA 총무 겸 대표 에프라임 텐데로(필리핀) 감독은 “1989년 6월 아는 목사님의 초대로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그분과 함께 비무장지대를 처음 방문했다”며 “남과 북이 서로 대적하고 있는 상황과 그 이유를 알고는 꾸준히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텐데로 감독은 “27년 만에 복음주의 리더들과 다시 이곳을 찾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는 것이 뜻 깊다”며 “세계교회는 하나님께 남북의 통일을 구하는 기도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파주 사목리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으로 이동했다. 실향민들이 북에 두고 온 부모와 가족을 그리는 망배단 앞에서 누스 레이마스(인도네시아)목사는 “실향민과 이산가족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꼭 남북의 평화로운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망배단 너머로 멈춰선 채 녹슬어 가는 경의선 증기기관차도 WEA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기차는 6·25전쟁 중 폭격을 맞아 멈춰선 후 반세기 넘게 비무장지대에 방치돼 있다. WEA 글로벌유스무브먼트 콜린 파이프(영국) 위원은 “녹슨 기차를 보니 분단의 기간이 매우 오래됐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독일 대표로 참가한 티모 플리친스키 목사는 한국군 포로들의 귀환 통로였던 자유의 다리를 건너며 “이제는 휴전이 아니라 종전, 분단과 갈등이 아니라 통일과 협력의 시대로 접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람을 마친 WEA 관계자들은 남북 간 대화의 문이 열리고 복음적 통일이 이뤄지길 기도했다.
WEA는 이번 세계지도자대회 기간 중 북핵 도발을 규탄하고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한 세계교회의 연대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다.
파주=이사야 최기영 기자 Isaiah@kmib.co.kr
분단 현장에 선 세계교회 지도자들, 평화를 기도하다
입력 2016-03-02 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