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야권통합’ 제의에… 安 “의도 의심스러워” 金·千 “내부 논의 필요”

입력 2016-03-02 21:36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야권 통합을 제안한 뒤 잠시 상념에 잠겨 있다. 이동희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갑작스러운 ‘야권통합’ 제의에 국민의당이 술렁였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일단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선을 그었지만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과 천정배 공동대표는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안 공동대표는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이 시점에 그런 제안을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김 대표가) 먼저 당내 정리부터 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4·13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뜬금없는’ 통합 제의를 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얘기다. 게다가 김 대표는 그간 야권 통합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도 “안 대표와 같은 생각”이라며 “지금 이 상황에서 별안간 어떻게 통합을 한다는 것이냐. 선거 연대도 안 된다고 하는 판인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 공동대표 측 인사는 “지지도가 떨어진 상황이라 당내에서도 통합 제안에 흔들리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라며 “적전분열(敵前分裂)시키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했다. 안 공동대표는 오후에도 일관된 입장을 유지했다.

천 공동대표와 김 선대위원장은 통합 제안에 대해 안 공동대표 측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오전까지는 “진의를 알아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지만 오후에는 통합 가능성을 좀 더 열어놓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김 선대위원장은 “깊은 고민과 뜨거운 토론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당내 의원들이) 양당 중심 정치를 극복해보려다 오히려 일당 독주를 허용해서는 안 되겠다는 데 깊은 고민들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천 공동대표는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줘선 안 된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지만 더민주의 계파 패권과 기득권 해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점에서는 부정적일 수도 있는 것”이라며 “(통합에 대해서는) 더 상황을 봐야겠고 논의를 해봐야겠다”고 했다. 이들은 창당 초기부터 더민주와의 선거 연대와 통합 논의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 공동대표는 결국 국민의당과 통합하긴 했지만 더민주와의 통합 논의도 구체적으로 진행시킨 적이 있다.

하지만 더민주와 국민의당 간 ‘당 대 당’ 통합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히려 수도권 지역의 야권연대를 성사시키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안 공동대표 측의 반대 입장이 강한 데다 명분도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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