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되면서 북핵 국면이 큰 고비를 넘겼지만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지적이 많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있어 한·미·중의 치열한 수싸움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성실히 이행된다고 가정할 때 향후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중국이 제안한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의 병행추진 문제다. 북한은 그동안 평화협정을 꾸준히 요구했지만 미국은 이를 일축했다. 하지만 이번 결의안 도출 과정에서 중국이 제재 수위를 크게 양보하는 대신 이 문제를 꺼내들면서 논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과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는 그 주체부터 방법론에 이르기까지 민감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우선 북한은 당장 주한미군 철수부터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협상 주체 역시 북한은 형식상 정전협정 당사자인 북·미 간 단독 협상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6·25전쟁의 직접 당사자인 남한도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는 게 정부 시각이다. 2005년 9·19공동성명에서 ‘직접 관련 당사국’이 협상 주체로 명기된 것 역시 남측이 포함된다는 게 정부 해석이다.
지난달 정부가 평화협정 논의 시 남측이 주체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북한 언론은 지난 1일 “황당한 나발을 불어댄다”고 비난했다. 이미 갈등이 가시화된 셈이다.
한·미와 중국 간 갈등사안이었던 사드 배치 문제는 미묘한 기류변화가 감지된다. 한·미는 그동안 사드 배치를 위한 다각도의 협의를 펼쳐왔지만 최근 주춤하고 있다. 미국도 “대북 제재와 사드 배치는 별개”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북한 비핵화 시 사드를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등의 인식 변화를 내비치고 있다.
이를 두고 미·중이 대북제재 논의 과정에서 어느 정도 사안을 조율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대중(對中) 압박에 보조를 맞춰온 우리 정부도 외교역량을 총동원해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향후 대북제재 과정에서 미·중 간 이견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의회는 최근 행정부에 ‘세컨더리 보이콧’ 재량권을 부여한 초고강도의 대북제재 법안을 통과시켰다. 따라서 중국이 유엔 결의안이나 독자제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이 중국 기업 등을 상대로 규제에 나설 수 있다. 이 경우 중국의 보복 조치가 이어지면서 G2(주요 2개국) 간 무역·통상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
미·중은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에도 양자 제재 수위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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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대북제재] 평화협정·사드 배치 문제 놓고 韓美中 치열한 수싸움 예고
입력 2016-03-03 0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