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대북제재] 러 ‘실리 챙기기’ 몽니… 틈 생긴 봉쇄전선

입력 2016-03-03 00:37
최종 확정된 줄 알았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막판 변수는 러시아였다. 미·중 합의로 사실상 완성된 것으로 보였던 결의 초안에 대해 러시아가 일부 내용의 수정을 요구하며 실리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결의 채택 이후 북·중 관계가 어긋날 경우 적극적으로 북한에 ‘러브콜’을 보내 전략적 이익을 얻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러시아는 우선 석탄 금수 조치를 문제 삼았다. 당초 결의안 초안은 석탄 수출의 예외로 ‘민생 목적으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과 무관한 경우’만을 인정했다. 러시아는 “북한 나진항을 통해 외국산 석탄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해 이를 받아냈다.

이는 자국산 석탄을 철도로 북한 항구로 운송한 뒤 제3국으로 수출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안보리 결의 이후에도 추진하겠다는 속내다. 다만 이 경우에도 건별로 대북제재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데다 잠재 수요국인 한·일이 추가 해운 제재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돼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러시아는 제재 대상 리스트에 오른 개인 17명 중 한 명을 제외하라고 요구했다. 이 사람은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의 러시아 대표이며 북·러 간 광물거래 담당자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측은 이 인사가 제재 리스트에 오른 데 대해 “인정할 수 없다. 증거를 달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항공유 금수 조치도 일부 완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항공유 역시 인도주의 목적을 제외하곤 일절 북한에 판매·공급할 수 없으나 러시아는 “제3국에 기항한 북한 민항기가 북한으로 돌아갈 경우에 한해 재급유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등 민감 품목을 담은 부속서에 대해 “기술적이고 내용이 많다”는 이유로 제외하라고 했다. 이 품목들은 결의 채택 15일 이내에 제재위가 회원국 합의를 거쳐 안보리에 제출토록 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말 미·중이 합의한 결의안 초안을 두고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결의 채택을 지연시켰고 결국 미·러 간 문안 협상이 시작됐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반대하면 결의 채택 자체가 불가능한 탓에 요구를 뿌리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후 한·미는 물론 중국까지 나서서 “결의 채택이 늦어지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라며 러시아를 집중 설득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러시아의 요구를 다 받아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당초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미·중 합의로 도출된 결의를 두고 이처럼 ‘몽니’를 부릴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과거 러시아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체로 중국과 입장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미국과 잠정 합의를 이뤄놓고도 지난 1일(현지시간) “24시간 더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해 다시 ‘김’을 뺐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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