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시튼의 동물 이야기’ 선집] 야생 동물들이 보여주는 소소한 삶

입력 2016-03-04 04:00
영리하기로 소문난 코요테의 사냥법을 알고 있는지. 수컷과 암컷이 짝을 이뤄 프레리도그(다람쥐과) 마을로 간 코요테는 역할을 분담한다. 한 마리는 굴 근처에 몰래 숨는다. 다른 한 마리는 공격하는 시늉을 하다가 이내 떠난다. 속아 넘어간 프레리도그가 땅속 안전지대에서 나올 때 잠복해 있던 코요테가 단숨에 달려들어 숨을 끊어버린다.

어니스트 톰슨 시튼(1860∼1946)은 코요테를 비롯해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사는 박쥐, 오소리, 스컹크 등을 관찰해 ‘옐로스톤 공원의 동물친구들’로 엮었다. 요즘에야 TV 다큐를 통해 약육강식의 세계를 리얼하게 볼 수 있지만 글로 읽는 맛은 또 다르다. 시튼은 “머리카락이 삐죽 서는 기분을 선사하지 못한다하더라도 야생 동물들이 사는 삶의 소소한 부분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소개한다.

동물문학의 거장 시튼의 동물기가 새로운 제목과 번역으로 엄선돼 출간됐다. 총 9권 가운데 ‘탈락 산의 제왕’ ‘옐로스톤 공원의 동물친구들’은 국내 초역이다. 시튼은 어릴 때 영국에서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화가가 되고자 했으나 건강이 좋지 않아 포기하고 캐나다 카베리의 야생 자연을 쏘다니며 동물을 관찰했다. 아메리카 인디언과의 친밀한 교류는 그가 경험하지 못한 동물의 세계를 채집할 수 있는 밑천이 됐다.

그의 글은 마치 의인화된 동물 이야기를 보는 듯하다. ‘은여우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갈색 여우 가족 중에서 미운 오리 새끼처럼 혼자 멋진 은색 털을 갖고 태어난 도미노가 부모 품을 떠나 독립하고, 위기를 넘기고, 사랑을 찾아 결혼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직접 관찰하고, 에피소드를 채집하고, 상상력을 가미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빛나는 동물 문학을 탄생시켰다. 화가 지망생이었던 시튼의 동물 드로잉 솜씨도 대단하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