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광복 시점 놓고 의견 팽팽… 한상진·이영훈·한시준 교수 ‘3·1운동·대한민국 정체성’ 토론회

입력 2016-03-02 18:37 수정 2016-03-02 21:30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겸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 이사장(가운데)이 2일 서울대에서 공개강의를 갖고 한시준 단국대 역사학과 교수(왼쪽 끝),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토론하고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통의 정당성과 독립운동의 역사성을 충분히 인정하지만 법적 효력을 갖춘 사실적 건국은 1948년에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을 지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겸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 이사장은 2일 서울대 사회관에서 인권강좌 개강 및 3·1절 기념 공개강의 ‘3·1독립운동과 대한민국의 정체성: 광복과 건국의 관계’를 열고 이렇게 밝혔다. 그동안 학계에선 1919년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수립된 임시정부를 대한민국 건국으로 볼 것인지,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2008년 이명박정부 주최로 ‘건국 60주년 기념행사’가 진행되면서 이런 논란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날 강의에선 대한민국 건국 시점이 임시정부 수립 때인지, 8·15광복절을 건국절로 봐야 할지 등을 놓고 토론도 이뤄졌다.

한 명예교수는 1919년 3·1독립선언문을 해독해 광복의 이념을 재구성하면서 “3·1독립선언에서 태동한 광복 이념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통해 건국의 규범적 토대로 작용했다”며 “광복 이념이 임시헌법과 임시정부에 녹아들어갔고 이것이 1948년 7월 헌법 제정의 토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또 한 명예교수는 건국 시점을 두고 “임시정부를 이끌었던 누구도 대한민국 국가가 1919년 객관적 실체로 건국됐다고 가정한 사람은 없었다”며 “독립투쟁과 임시정부 활동은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적 토대이자 정당성의 원천”이라고 주장했다. 임시정부가 대변하는 정치적 정당성을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건국의 핵심을 이루는 법적 사실성은 제헌입법과 정부수립으로 충족됐다는 것이다. 이어 “광복을 ‘주권을 되찾는다’는 뜻을 넘어 ‘민족의 역사와 문화에서 발원한 이상의 실현’을 포함하는 의미로 보면서 건국을 포용하는 뜻으로 정립해야 한다”며 “진정한 광복은 미완의 상태에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성문법적 전통으로 건국을 논의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이 아니고 독립선언서, 임시헌법, 헌법 등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광복 이념의 역사적 기원을 3·1운동과 임시정부에서 찾고 있는 한 명예교수를 반박했다. 이 교수는 건국절 제정을 주장한다.

반면 1919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고 보는 한시준 단국대 역사학과 교수는 “세계사적 보편성에서 볼 때 1948년 건국론은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건국절을 제정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역사·법률·상식적으로 맞지 않고 국익에도 손실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