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혈은 2000년대 초반 국내 의료업계에 등장했다. 제대혈 보관·관리업체들은 출산을 앞둔 임신부에게 ‘아이가 난치병에 걸릴 경우를 대비하라’며 보관을 권했다. 보관비용이 수백만원대였지만 상당수 임신부가 지갑을 열었다.
당시 제대혈 보관업은 신고제로 누구나 쉽게 뛰어들 수 있었다. 하지만 영세업체가 문 닫는 일이 발생하고 안전성 우려가 제기되자 국회는 법 제정에 나섰다. 제대혈 관리·연구법이 2010년 3월 만들어져 2011년 7월 시행됐다. 이때부터 제대혈 보관업을 하려면 보건복지부 장관의 허가를 얻어야 했다. 현재 제대혈보관은행은 17곳이다.
제대혈은행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가족제대혈은행’은 이용자 각자가 업체와 계약을 맺고 보관·위탁서비스를 이용한다. 신생아 또는 가족에게 혈액 질환이 생겼을 때 치료 수단으로 쓰려는 목적이다. ‘기증제대혈은행’은 불특정 다수 환자를 위해 제대혈을 모아두는 역할을 한다. 이곳에선 제대혈을 무상으로 기증받는다. 정부는 기증제대혈은행 중심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 현재 ‘가족’ 유형 7곳, ‘기증’ 유형 5곳, 두 역할을 모두 하는 5곳이 있다.
복지부는 두 유형의 제대혈은행을 다른 원칙으로 관리한다. 가족제대혈은행에는 사인(私人) 간 계약임을 존중해 치료와 사용에 필요한 최소한의 품질관리를 한다. 제대혈 정보 등록은 하지 않고 보관현황 등의 통계만 보고받는다. 반면 기증제대혈은행은 모든 제대혈에 대해 감염 가능성을 검사하고 정보등록을 한다. 공공인프라로 간주해 예산도 지원하고 있다. 2014년에는 약 22억원을 지원했다.
복지부는 2011년 제대혈법 시행 이후에는 불법 치료제 제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가족제대혈은행도 보관·이용·폐기 통계를 주기적으로 보고받고 필요하면 현장점검을 한다”며 “현재는 제도권 안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대혈 이식은 급·만성 백혈병, 재생 불량성 빈혈, 골수이형성 증후군, 다발성골수종, 판코니 빈혈 등 혈액 질환과 악성림프종, 중증 복합면역결핍증, 만성 육아종증 등에 이용될 수 있다. 비슷한 치료 목적의 골수 이식에 비해 합병증이 적고 빠른 이식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유전성 질환의 경우 자기 제대혈을 이식하는 방식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국내 제대혈 관리 어떻게… 2011년부터 불법 치료제 제조 불허, 정부가 관리·감독
입력 2016-03-02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