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박세환] 내부 분열 낳는 경찰 미담 홍보 경쟁

입력 2016-03-02 21:15

“우리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닙니다. 위에서 시키는데 어쩌겠어요.”

경찰의 과도한 ‘홍보 지상주의’를 지적한 국민일보 2일자 ‘경찰, 도 넘은 카메라 출동’ 기사를 보고 일선 경찰서 경찰관 A씨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그는 서울경찰청 페이스북에 1회 이상 미담이 게재될 경우 서장 명의의 표창이 내려온다고 했다. 매달 실적이 집계되기에 간부들이 ‘얘기가 되는’ 미담을 찾으라고 압박한다는 것이다.

홍보 열풍은 미묘한 신경전을 낳고 있다. 112신고에 2인1조로 출동할 때 누가 사진을 찍고, 찍히느냐를 두고 다툼이 벌어진다. 서울의 지구대 경찰관 B씨는 “운이 좋으면 표창까지 받는 기회여서 눈치 보기가 심하다”고 했다. 그는 “주로 상급자의 선행을 하급자가 찍는 경우가 많은데, 계속 그러면 불만이 나오니까 암묵적으로 ‘모델 순번’을 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구대의 여경(女警) 선호 현상도 비슷한 맥락이다. 밤샘 근무가 필수인 지구대는 상대적으로 체력이 좋은 남자 순경을 선호했지만 최근 여경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똑같은 미담 사진이라도 여경이 모델이 되면 대중의 주목을 더 끌 수 있어서다. 한 여경은 “같은 경찰인데 여성이라는 점이 강조되는 현실에 회의감이 든다”고 했다. 미담 발굴이 용이한 지구대·파출소를 향한 강력계·형사과 경찰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현장 직원의 자부심 향상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며 “정책홍보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치안질서를 위해 늘 뛰어다니는 경찰의 노력을 폄하하고 싶지 않다. 홍보 압박과 경쟁은 그런 노력의 진정성을 떨어뜨린다. 경찰 내부에서 파열음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지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민생에 파고드는 치안정책을 현장에 충실히 적용하면 굳이 ‘티 내지 않아도’ 홍보는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박세환 사회부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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