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에 대한 책이라면 쳐다보지도 않는 사람들이 있다. 스포츠 얘기라면 고개부터 젖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알렉스 퍼거슨이라면 어떨까? 박지성 선수가 뛰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그 전설적인 감독 말이다.
‘리딩’은 2013년 은퇴한 퍼거슨 감독이 지난해 출간한 책이다. 실리콘밸리의 투자회사인 세쿼이아 캐피탈을 이끄는 마이클 모리츠 회장과 나눈 얘기들을 토대로 책을 썼다. 퍼거슨은 이 책에서 경청, 연습, 조직, 팀워크, 탁월함, 실패, 의사결정, 혁신, 라이벌, 도전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얘기한다.
“축구공으로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기 위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과 BP, 막스앤스펜서, 보다폰, 도요타, 애플 혹은 대형 병원, 대학, 그리고 세계적인 자선 단체의 경영자들이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다르다. 그러나 모든 승자들, 그리고 성공을 갈망하는 리더들이 이끄는 조직에는 공통점이 있다.”
승리에 대해 말한다면, 팀이나 조직에 대해 말한다면, 리더십에 대해 말한다면 퍼거슨보다 더 나은 강연자를 찾기도 힘들다. 그는 맨유에서 보낸 26년을 포함해 38년간 축구팀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총 49개의 우승컵을 따냈다. 영국 프로축구 역사상 가장 성공한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퍼거슨은 기본을 강조한다. 원칙과 규율, 성실함, 절제 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원칙은 임시방편보다 중요하다. 열한 명의 뛰어난 선수들이 훈련에 최선을 다하고, 체중을 유지하고, 충분히 숙면을 취하고, 정확한 시간에 경기장에 나타나기만 한다면, 승리의 절반은 이미 이룬 셈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많은 구단들이 이 간단한 일을 해내지 못한다.”
그는 맨유와 함께 했던 1500번의 경기 중 단 세 경기에 불참했다고 한다. 결혼식 당일에도 경기에 출전했고, 첫째가 태어난 날에도 운동장에 있었다. 그는 “승리란 꾸준한 훈련의 결과”라고 믿는 사람이다. 그의 믿음은 “다른 팀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기를 멈추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맨유가 아니다”라는 말 속에 잘 표현돼 있다.
퍼거슨은 성공한 선수들은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려준다. 데이비드 베컴은 맨유에 입단했을 무렵, 오전과 오후 팀 훈련 뿐만 아니라 저녁에 시작되는 학생들과의 훈련 시간에도 자진해서 참여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술은 입에도 대지 않고, 체중은 평균보다 항상 3㎏ 정도 낮게 유지했다. 퍼거슨은 호날두가 문신을 한 적도 없다는 걸 거론하며 “그가 얼마나 자제력이 뛰어난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일면이다”라고 평가했다.
퍼거슨은 자신이 노동자 계급 출신이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부모님들이 등골이 휘도록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난 덕택에, 나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마음 깊숙이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퍼거슨이 인생과 축구에서 배운 얘기들은 단순하고 단단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발견하게 되는 것은 퍼거슨의 지적인 힘이다. 그의 글은 소박하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원숙하고 우아하다. 밑줄을 쳐야 할 문장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가 평생 경청, 관찰, 독서를 통해 사람에 대해 보고, 듣고, 읽었다고 한 게 무슨 말인지 알겠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 49개 우승컵 신화… 퍼거슨의 리더십은
입력 2016-03-04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