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경기도 군포 순복음엘림교회. 수요예배 단상에 이동식 칠판이 놓여 있었다. 설교자로 나선 민장기(66) 목사가 흰색 분필을 들어 칠판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주제 성구는 출애굽기 19장 1∼6절, 주제는 ‘하나님의 강림과 구속사의 정체성’이었다. 민 목사가 그림을 그릴 때는 반주자가 피아노를 연주했다. 성도들은 칠판에 집중했다. 무슨 그림이 나올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민 목사의 손끝을 응시했다. 손놀림이 빨랐다.
4분 만에 완성된 그림은 하나님이 강림하신 시내산이었다. 민 목사는 시내산 중턱부터 정상까지 덮여있는 안개를, 흰색 분필을 눕혀 칠하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산 아래에는 수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민 목사는 분필로 칠판을 찍듯이 쳤고 찍힌 점들은 이스라엘 사람이 됐다.
산과 사람들 중간에는 빨간색 분필로 선을 그었다. 민 목사는 “하나님은 좋으신 하나님이시지만 영적인 경계를 분명히 하시는 분”이라며 “이 선을 넘는 사람과 짐승은 모두 죽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또 안개 속에서 번개가 쳤다며 분필로 칠판을 몇 번 치는 듯했다. 그러자 번개가 그려졌다. 성도들이 “와”하고 탄성 소리를 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성도들도 있었다.
민 목사가 그림을 그리며 설교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9월 교회가 새 성전을 짓고 봉헌한 후부터다. 순복음엘림교회는 엘림복지타운을 20년간 위탁 운영하며 그 안에 성전을 세우고 예배를 드렸다. 계약이 만료되자 수리산 아래인 지금의 위치에 2000석 규모의 새 성전을 지었다.
민 목사는 “새 성전을 짓고 교회 부흥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었다”며 “그래서 그림을 그리며 설교했더니 반응이 너무 좋아 계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림을 보면서 설교를 들으니 이해가 잘 된다’ ‘성지순례를 갔는데 목사님이 그린 그림과 똑같은 시내산이 있어 깜짝 놀랐다’는 등 호평이 이어졌다.
민 목사는 본래 화가였다. 서양화가로 활동하며 개인전도 3차례 가졌다. 35세 때 여의도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했다가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알게 됐다. 일주일 후 스스로 교회를 찾아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남을 도우려다 사기를 당해 금식기도를 했는데, 이때 목회자로서 소명을 받았다.
늦은 나이에 신학 공부를 시작해 필라델피아연합신학대학원에서 신학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순복음총회신학원과 한세대에서 15년간 신약학을 강의했고 군포 한세교회 등을 거쳐 2007년 순복음엘림교회에 부임했다.
민 목사의 그림 설교는 성도들을 중심으로 소문이 났다. 그림을 찍은 사진이 페이스북·카카오톡 등을 통해 퍼져나갔다. 민 목사는 “꼭 그림 설교 때문이라고 할 순 없지만 지난 1년간 새 신자 400여명이 정착했다”며 “요즘 같은 시대, 특히 새 성전을 봉헌한 교회에서 이 같은 성장은 경이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그림을 그리며 한 강해 설교는 58회째였다. 민 목사는 “성경 전체를 다루려면 4년 정도 걸릴 것”이라며 “나중에 그림을 찍은 영상을 모아 전시도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그때는 영적인 아버지인 조용기 원로목사도 꼭 초청하고 싶다”고 덧붙였다.군포=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4분 만에 칠판에 聖畵 , 성도들 “성지에 있는 듯”… 그림 그리며 설교하는 민장기 목사
입력 2016-03-02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