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을 슈퍼 화요일의 승자로 이끈 결정적 요인은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계 유권자들의 지지였다. 클린턴은 버몬트와 미네소타, 콜로라도, 오클라호마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모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압도했다. 클린턴은 8년 전 슈퍼 화요일 당시 버락 오바마의 돌풍에 고스란히 내준 남부 지역을 되찾아, 당시보다 더 많은 격차로 경쟁자 샌더스 의원을 따돌렸다. 이로써 클린턴은 퍼스트레이디, 국무장관에 이어 미 역사상 첫 여성 대선 후보를 거머쥐는 새로운 역사에 성큼 다가섰다.
클린턴을 승자로 만든 일등 공신은 특히 흑인들의 압도적 지지였다. 흑인들은 8년 전 경선 당시 오바마를 지지하면서 클린턴에게 등을 돌려 그를 주저앉혔지만, 올해는 핵심 지지세력으로 변했다. 이런 흑인들의 표심에 힘입어 클린턴은 남편 빌 클린턴이 주지사를 지낸 아칸소를 비롯해 앨라배마, 조지아, 버지니아 등 흑인 비중이 높은 남부지역에서 여유 있게 승리를 챙겼다.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드러난 흑인들의 몰표가 슈퍼 화요일을 통해 전국으로 확산된 것이다.
클린턴은 히스패닉 유권자 비중이 높은 텍사스에서도 샌더스 의원을 눌러 소수계의 든든한 지지를 새삼 확인했다.
민주당의 향후 경선일정을 감안하면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비중이 높은 지역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 클린턴과 샌더스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클린턴의 시선은 이제 당내 경쟁자인 샌더스를 넘어서서 본선의 경쟁 상대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를 향하고 있다. 클린턴은 1일(현지시간) 승리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트럼프가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의 지지를 명확히 거부하지 않는 모습에 “매우 실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로서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통해 클린턴의 과제도 적지 않게 드러났다. 샌더스 의원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저소득 백인 유권자를 공략하는 데 한계를 보였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주류정치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듯이 민주당의 샌더스 지지자들은 클린턴을 주류정치의 아이콘으로 바라본다. 클린턴이 빈부격차의 심화와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20년 넘게 워싱턴 주류정치를 벗어난 적이 없는 클린턴도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킨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이들의 인식이다. 골드만삭스로부터 거액의 강연료를 받는 등 월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클린턴을 바라보는 샌더스 지지자들의 시선은 차갑다.
클린턴이 샌더스 지지자들을 끌어안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본선에서 샌더스 지지자들이 투표를 포기하거나 트럼프를 지지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클린턴에 대한 비호감이 여전히 높은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퀴니피액대학의 지난달 조사에 따르면 클린턴에 대한 비호감은 56%로 호감 39%보다 훨씬 높았다. 다만 클린턴 진영은 트럼프의 비호감이 59%로 클린턴보다 높다는 데 위안을 삼고 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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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지역 ‘검은 물결’ 타고 힐러리 대세론 순항
입력 2016-03-02 21:30 수정 2016-03-03 0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