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민주 김 대표 왜 뜬금없이 야권통합 거론하나

입력 2016-03-02 17:29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은 뜬금없다. 국민 입장에선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극한 대결을 벌이던 친노, 비노세력이 갈라선 지 얼마나 됐다고 통합을 언급하느냐며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새정치연합 비노 탈당파를 규합해 신당을 창당한 것은 불과 1개월 전이다. 김 대표가 “탈당한 의원 대다수가 당시 지도부의 문제를 걸고 탈당계를 냈는데 그 명분은 다 사라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도부가 명목상 김 대표로 바뀌었을 뿐 더민주의 실제 주인은 문재인 전 대표다. 통합할 명분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시기적으로도 20대 총선을 40일 정도 앞둔 시점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전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가 전격적으로 야권통합을 제안한 것은 고도의 총선 전략이라고 해야겠다. 국민의당이 통합을 거부할 경우 더민주가 명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으며, 최소한 선거연대라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본다. 국민의당에선 안 공동대표가 야권통합이나 선거연대에 부정적이지만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은 선거연대엔 긍정적이다. 국민의당 내분을 불러일으키려는 노림수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아무튼 김 대표 제안은 향후 총선 정국을 혼란스럽게 할 가능성이 있다. 공천을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 문제로 갑론을박할 경우 유권자인 국민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야권 지도자들이 국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조기에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김 대표는 더민주 입당 때부터 총선에서의 야권연대 필요성을 언급했었다. 현재 대다수 야권 지지자들은 더민주와 국민의당 간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 연대하지 않을 경우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금방 통합하려면 왜 헤어졌느냐”며 “연대는 야합”이라고 비난하지만 현행 선거법 규정이나 국민정서상 굳이 못할 이유는 없다.

김 대표는 가능성도 없는 통합 제안을 할 것이 아니라 선거연대 여부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정리해 공표할 필요가 있다. 4년 전 19대 총선 당시 통합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연대해 상당한 이득을 취했지만 헌법정신에 반하는 후보가 일부 당선돼 ‘묻지마 연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선거연대에 대한 입장을 이른 시일 내 확정해 국민 앞에 내놔야 한다. 특히 새정치를 표방한 안 공동대표부터 기존 입장 변화 여부를 분명하게 밝혀야겠다. 독자노선이냐 야권연대냐에 대한 조기 입장표명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