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가 위험 수위를 향해 치닫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은 28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조3000억원(17.7%) 급증했다. 부실채권 규모가 2000년 약 42조원을 기록한 뒤 점점 감소하다 지난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기업 부실여신은 26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93%에 육박했다. 또 지난해 부실채권 비율은 1.71%로 전년보다 0.16% 포인트 상승했다. 미국과 일본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해 각각 1.59%, 1.53%를 기록했다. 2011년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미국과 일본 은행보다 낮았던 것을 감안하면 국내 은행의 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졌다고 봐야 한다. 미국과 일본은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적극 나선 반면 한국은 이런저런 이유로 구조조정을 지연시킨 데 따른 결과다.
금융기관의 부실은 경제 전반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온다.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국제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을 초래했고, 이듬해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다. 최근에는 막대한 투자 손실과 부실채권을 안고 있는 유럽 대형 은행들이 새로운 위기 진원지로 떠올랐다. 금융기관의 중요성을 떠올리게 하는 사례들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부실기업 숫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사를 해서 이자도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2009년 2698곳에서 2014년 3295곳으로 22%가량 늘었다. 지난해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한계기업은 더욱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좀비기업이 양산되고 있는데도 정부와 은행은 기업 구조조정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정부가 좌지우지하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각각 4.45%, 3.29%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
정부와 은행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조선·해운업 등 한계에 직면한 업종과 좀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정권 눈치나 보고 보신에 급급한 금융기관 낙하산 인사들에게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맡길 순 없다. 시장경제 논리에 부합하는 인사 관행을 금융기관에 정착시켜야 한다.
[사설] 기업 구조조정 단행해 은행 부실채권 확 줄여야
입력 2016-03-02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