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정치 ‘분노 물결’ 타고 트럼프 선두 굳히기… 공화당 경선 ‘슈퍼 화요일’ 승인·과제

입력 2016-03-02 21:40 수정 2016-03-03 01:02

슈퍼 화요일을 통해 드러난 도널드 트럼프의 위력은 미 대륙의 한 지역에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강하게 나타났다.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부터 슈퍼 화요일까지 올 들어 치른 경선을 종합하면 트럼프는 동부의 뉴햄프셔와 매사추세츠부터 남부의 조지아, 앨라배마, 테네시, 버지니아,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석권했고 서부의 네바다까지 손에 넣었다. 공화당의 경선 역사상 중도성향의 동북부 지역과 보수성향의 남부 지역에서 동시에 고른 지지를 받은 후보는 트럼프가 1960년 이후 처음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의 거친 언행과 과격한 아이디어에 열광하는 지지자들이 일부에 그칠 것이라는 공화당 지도부의 예상과 진단은 모두 빗나갔다.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의 지지율이 30%대에 머물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를 싫어하는 유권자들이 훨씬 많을 것으로 해석했다. 트럼프 대항마를 내세워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논리적 근거다. 하지만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 기존 주류 후보들의 사퇴 이후 트럼프의 지지율은 더 올랐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같은 경선 경쟁자는 사퇴한 뒤 트럼프 진영에 투항했다. 부시 전 주지사는 사퇴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트럼프가 지역과 성향에 관계없이 고른 지지를 받은 이유는 한마디로 공화당 지도부와 기성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였다. 이는 CNN이 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CNN 출구조사에 따르면 조지아와 앨라배마 같은 보수 성향의 남부지역 공화당원의 60%가 공화당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버지니아 공화당원들은 같은 조사에서 절반 정도가 ‘배신감’을 느꼈다고 했다. 주류정치에 대한 분노가 그만큼 큰 것이다.

트럼프의 위세는 공화당 지도부의 기대와 달리 경선이 거듭될수록 강해질 우려가 커졌다.

6곳의 경선이 치러지는 15일 미니슈퍼 화요일에는 1위를 한 후보에게 대의원 전부를 배정하는 승자독식 방식이 적용된다. 그중 대의원이 99명이나 걸려 있는 플로리다에서도 트럼프는 이 지역 상원의원인 마르코 루비오 의원을 압도적으로 앞서 있다. 트럼프가 플로리다의 대의원까지 독식할 경우 공화당의 대선후보 경쟁은 사실상 트럼프로 끝나게 된다.

트럼프는 이날 압승에 고무돼 크리스티 주지사를 배석시킨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갈라진 공화당을 단합시켜 11월 대선에서 승리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공화당 지도부의 저항과 불만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당 지도부는 여전히 트럼프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못하고 있어 전당대회 직전 경선 룰을 변경해서라도 그를 주저앉히려 하고 있다. 설사 트럼프가 대선후보가 되더라도 당의 지원과 뒷받침이 없이는 본선을 치르기 쉽지 않다. 트럼프의 공약과 공화당의 노선을 비교하면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정강정책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마찰음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