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독특한 전통춤 유산이 창작에 많은 영감을 줬어요. 전통의 현대화를 통해 한국 춤이 세계적인 춤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국립무용단의 신작 ‘시간의 나이’(3월 23∼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안무를 맡은 프랑스 안무가 조세 몽탈보(62·사진)가 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동작업의 소회를 밝혔다. 파리 샤요국립극장 상임안무가인 그는 “한국은 전통을 보존하고 계승하려는 노력과 함께 변화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국립무용단 무용수들 역시 뿌리 깊은 한국 전통춤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창작춤을 추구하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전통과 현대는 서로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라 같이 섞이고 공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980년대부터 환갑을 넘긴 지금까지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몽탈보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안무가다. 동화적인 환상성과 유쾌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작품들은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 무용계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1990년대부터 무용 공연에 독창적인 영상을 활용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시간의 나이’에도 프랑스 및 국내 영상기술팀이 촬영한 무용수들의 크로마키 영상, 서울 곳곳의 일상적인 풍경 등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의 친구이기도 한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이 전 세계 60개국을 돌며 2500시간, 2020명을 인터뷰한 장편 다큐멘터리 ‘휴먼’의 미공개 영상이 사용된다. 몽탈보는 “영상을 잘못 사용하면 관관객의 상상력을 제한하지만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관객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하고 공연을 풍부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2015-2016 한·프랑스 상호교류의 해 ‘한국 내 프랑스의 해’ 개막작으로 국립무용단이 해외 안무가와 두 번째로 작업한 성과물이다. 지난 2012년 안호상 국립극장장 취임 이후 전통의 재해석을 통한 한국 춤의 가능성을 실험해온 국립무용단은 2014년 핀란드 안무가 테로 사리넨과 ‘회오리’를 만들어 성공시켰고, 이번에 프랑스의 국립안무가로 통하는 몽탈보에게 안무를 의뢰했다.
앞서 몽탈보는 ‘파라다이스’(1998) ‘르 자르뎅 이오 이오 이토 이토’(2002) ‘춤추다’(2006) 등의 공연 때는 바쁜 스케줄로 한국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국립무용단과의 협업을 위해 2014∼2016년 네 차례 한국을 오가는 열정을 보였다. 그가 장기간 샤요국립극장을 비우고 해외에 머무르며 작업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후문이다.
그는 전통의 현대화가 ‘한국은 전통적이고 과거의 것, 프랑스는 현대적이고 새로운 것’이라는 이분법적 오리엔탈리즘으로 해석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몽탈보는 다양한 문화권의 다채로운 춤을 무대에 병렬하되, 새로운 시적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다양한 인종이 있지만 인류의 뿌리는 하나인 것처럼 춤 역시 마찬가지다”며 “국립무용단에서의 일은 우리가 추고 있는 춤이 하나의 맥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시간의 나이’는 서울 공연 이후 6월 16∼24일 샤요국립극장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시간의 나이’ 안무 맡은 조세 몽탈보 “인류의 뿌리가 하나인 것처럼 춤도 하나의 맥으로 연결돼 있다”
입력 2016-03-02 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