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의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각각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두 사람이 본선에서 맞대결했을 때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 전역의 등록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CNN방송·ORC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은 트럼프 후보와 맞붙을 때 52% 대 44%로 쉽게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클린턴 전 장관은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과의 가상대결에서는 47% 대 50%로,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에게는 48% 대 49%로 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 후보로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나설 경우 세 후보를 모두 큰 표차로 누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원들은 물론 공화당 주류도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가 될 경우 클린턴 전 장관이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트럼프의 반이민 발언 등으로 특히 여성과 무슬림이 그를 대통령으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흑인과 히스패닉(중남미계 주민)의 반감도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공화당 지도부는 히스패닉이면서 온건파인 루비오 의원을 지지한다.
하지만 클린턴 전 장관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러한 낙관론을 경계한다. 트럼프가 유권자들의 분위기나 정서를 읽는 데 탁월한 감각이 있어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널 멀로이 코네티컷 주지사는 뉴욕타임스(NYT)에 “트럼프는 무서운 상대다. 클린턴을 무자비하게 공격할 것”이라면서 트럼프를 진지하게 대하지 않으면 그를 얕본 다른 공화당 후보들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달 11∼15일 USA투데이·서포크대 여론조사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트럼프에 43% 대 45%로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민주당 선거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강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위험한 인물로 대통령직에 부적격임을 부각하는 데 조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 민주당은 이러한 전략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통령은 매우 중요한 자리이고 TV 쇼를 진행하는 게 아니란 사실을 미국인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한 것도 이러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클린턴 캠프는 트럼프가 인정사정없는 기업인으로 근로자 계급을 해쳐왔다는 점, 성급하고 격정적인 성격으로 대통령 자리에 맞지 않고, 여성을 지속적으로 비하했다는 점 등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힐러리, 최선의 상대는 트럼프
입력 2016-03-03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