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몰아붙였던 ‘중점 법안들’ 물건너 갔다

입력 2016-03-02 21:54 수정 2016-03-03 00:52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일 처리되면서 정부·여당의 중점 법안 처리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개혁 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처리를 위한 협상 테이블로 야당을 끌고 나올 요인을 잃게 된다는 의미에서다.

새누리당은 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3월 10일 이전에 이들 법안을 모두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가능성은 떨어진다.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시간이 갈수록 협상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민심 잡기에 ‘올인’하면서 법안 처리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원활한 국회 운영을 포기하면서까지 새누리당의 숙원 법안을 직권상정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 데 이어 정부·여당의 요구를 또 받아들일 경우 야당의 반발이 들끓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야당 의원들이 격정적으로 필리버스터 총선 유세를 할 게 아니라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밤을 새워 토론하고 협상했으면 민생법안을 많이 처리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새누리당은 ‘야당 심판론’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나섰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야당이 경제 살리기 및 안보 관련 법안을 발목 잡아 국정을 마비시키니까 국민들이 투표를 안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번 총선은 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정당과 경제 활성화를 막고 있는 정당 간 싸움”이라고 거들었다.

당 일각에서는 총선 이후 본회의를 열어서라도 중점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2012년 4·11총선을 치른 후인 5월 2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일명 국회선진화법)이 처리된 전례도 있다.

그러나 당시 여야는 이미 총선 전 이 법안에 대한 협상을 상당 부분 진전시킨 상황이었다. 현재로선 쟁점을 해소하지 못한 여당의 중점 법안 처리에 협조할 수 없다는 야당의 스탠스가 변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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