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2순위 용병이라 얕보지 마라”… 6강 PO서 반란

입력 2016-03-02 19:08

프로농구 구단들의 첫 번째 공격 옵션은 단연 ‘드래프트 1순위 외국인 선수’다. 정규리그 득점 순위를 보더라도 1순위 외국인 선수 8명이 상위 10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6강 플레이오프에선 ‘2순위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승리의 열쇠가 되고 있다.

1일까지 치러진 6강 플레이오프 6경기에서 1순위 외국인 선수는 경기당 평균 29.7분을 뛰며 16.6점을 올렸다. 반면 2순위 외국인 선수는 26.1분 동안 17.1점을 꽂아 넣었다. 1·2 순위 모두 고른 활약을 보였지만 2순위 외국인 선수가 더 효율적인 농구를 한 셈이다. 특히 고양 오리온과 안양 KGC의 경우 2순위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오리온의 4강 진출(3전 전승)을 이끈 최고 수훈 선수는 팀 내 에이스 애런 헤인즈가 아닌 조 잭슨이었다. 잭슨은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19.3점을 챙기며 17.3점의 헤인즈를 앞섰다. 1·2차전에선 모두 팀 내 최고 득점을 기록했다. 6강 플레이오프 맞상대인 원주 동부의 ‘템포 바스켓’을 무참히 짓밟은 이도 잭슨이었다. 잭슨은 빠른 스피드와 엄청난 탄력으로 동부를 휘저었다. 개인기에 치중하던 모습을 버리고 이타적인 플레이까지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중반부터 슛 감이 살아난 KGC의 마리오 리틀은 플레이오프에서 팀의 ‘슈퍼히어로’로 떠올랐다. KGC는 앞선 6강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총 33개의 3점슛을 터트렸다. 이 중 4분의 1인 9개를 리틀이 꽂아 넣었다. 팀 동료 전성현이 10개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지만 성공률에서 보면 리틀이 훨씬 앞선다. 리틀은 50%(8/16)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단점으로 지적되던 개인플레이가 사라졌다. 공을 갖고 있는 시간이 줄면서 팀 공격이 보다 원활해졌다. 강한 압박 수비로 유명한 KGC의 팀 디펜스에도 힘을 보태며 개인이 아닌 한 팀의 일원으로 성장했다.

서울 삼성의 에릭 와이즈도 빼놓을 수 없는 2순위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이다. 잭슨이나 리틀 만큼의 파괴력은 없지만 지난달 29일 2연패에 빠져 플레이오프 탈락 위기에 놓인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내기도 했다. 그의 활약은 플레이오프 출전 시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부상이 겹치긴 했지만 1차전 10분57초에 불과했던 와이즈의 출전 시간은 2차전 20분, 3차전 29분12초로 늘었다. 득점과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모든 부분에서 좋아졌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