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7)군은 부모 이혼 후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힘겨운 삶을 살고 있었다. 양육비를 약속했던 아버지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고 어머니는 자궁경부암이 폐로 전이되면서 세상을 떠났다. 외조부에게 맡겨진 두 아이는 엄마가 사망한 사실도 모른채 생활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어머니 사망후 국민기초생활수급조차 기준에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끊기면서 생계가 막막해졌다. 딸은 두 아이를 잘 키워달라고 유언했지만 외조부는 고령으로 일자리 찾기도 쉽지 않았다. 이때 한 후원자가 “도와주던 아이가 성장해 자립했다”며 다른 가정 후원 의사를 밝혔다. 서대문구는 이 가정과 후원자를 연결해주고 구청과 복지관이 함께 개입하는 ‘권역 통합사례관리 가구’로 선정해 든든한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서울 강남의 유명 중식당 대표인 중국인 A씨(63)는 몇 년 전 서대문구가 치러준 무연고자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고인은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의 직원이었다. 이러한 선행에 감동받은 A씨는 서대문구에 “자신도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지적 장애가 있는 중학생을 소개받아 지난해부터 매월 20만원씩 후원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구청장 문석진)가 2011년 ‘민간 참여를 통해 선진국형 기부문화를 정착시키자’는 취지로 시작한 ‘100가정 보듬기 사업’이 새로운 나눔복지시스템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구는 당초 지역 내 후원자를 한 가정과 결연해주는 방식으로 100가정을 돌보자는 목표를 잡았으나 올해 2월 말 현재 360가정에 18억원의 후원금을 연계하는 성과를 거뒀다.
초기에는 종교단체나 기업 등에서 주로 참여했지만 점차 개인 후원자가 늘고, 외국인과 중국계 기업까지 동참하고 있다.
이 사업은 공공자원만으로는 복지수요를 감당할 수 없고,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이웃들이 지속적인 도움을 받으려면 민간자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각종 복지제도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한부모, 조손, 청소년, 다문화, 홀몸노인 가정 등이 독지가들을 소개받아 기초생활유지비와 자립 및 진학 등을 위한 후원금으로 매월 10∼50만원을 받는다. 후원은 자립할 때까지 이뤄지며 년 단위로 재결연 여부가 결정된다. 특히 후원금 전액이 자동이체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거쳐 대상 가정에 바로 전해져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 각종 동호회, 직능단체, 친목회 등에서 소속 회원들의 소액 기부를 모아 월 10만원 이상 계속 지원할 수 있으면 어느 단체든지 참여할 수 있다.
문 구청장은 2일 “최근에는 평범한 시민들도 참여해 서민이 서민을 돕는 나눔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기부자에게는 사회공헌 기회를, 결연가정에는 생활과 학업에 도움을 주는 이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시작은 미약했으나 벌써 창대해졌네!… 서대문구 ‘100가정 보듬기’ 활활
입력 2016-03-02 2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