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난소암 환자인데, 돈 때문에 맞는 약이 달라지면 안 되겠죠.” 박순자 씨는 처음 난소암 진단을 받고 인터넷으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이는 내용은 절망스런 생존율과 재발률. 박씨는 “2년 안에 재발한다는 식의 절망적인 이야기가 인터넷에 많았다. 하지만 15개월째 표적항암제 아바스틴을 투약받으며 재발없이 살아가고 있다. 나의 이야기가 다른 난소암 환자들에게 희망처럼 들렸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녀는 또 “현재 특별한 부작용 없어 건강할 때 했던 운동과 취미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다른 난소암 환자들도 나처럼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는 치료로 희망차게 살았으면 좋겠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난소암 제거 후 항암치료 중인 그녀도 여느 암환자처럼 세포독성항암제의 부작용을 경험했다. 속이 메스껍고 손발 저림이 심했다. 걷지 못할 정도로 발끝 신경이 예민해진다는 다른 암환자의 비해 비교적 약한 부작용이었지만 항암제의 부작용을 경험할 때마다 완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불안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항암제 부작용으로 몸이 아프면 우울해지곤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세포독성항암제 투여 후 주치의의 권유로 표적항암제 아바스틴 단독 치료를 시작했다. 표적항암제 시작 후 달라진 것은 박씨의 생활이다. 이전처럼 속이 메스껍거나 손발이 저리지 않았다. 심지어 빠졌던 머리카락이 다시 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항암하면서 아프지 않다보니 이렇게 쭉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부작용이 없이 견디다보면 완치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고 예전처럼 운동도 적극적으로 하게 됐다”고 웃어보였다. 난소암 치료 중인 박씨가 현재 맞고 있는 표적항암제는 건강보험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고가의 약으로 꼽힌다.
박씨는 한달에 300만원 정도를 표적항암제 비용으로 지출한다. 박씨는 “의료진으로부터 표적항암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고민의 여지없이 치료를 시작했다. 암환자 입장에서는 살 수 있다면 비용이 얼마든 상관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치료비가 상당했다. 당장 경제적 여유가 없는 암환자라면 표적항암제 치료를 애당초 시작할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박씨는 같은 병실에서 생활하는 다른 암환자로부터 ‘돈이 없어 표적항암제를 맞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녀는 “표적항암제가 완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맞는 동안 최선의 치료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희망을 갖게 된다”며 “돈 때문에 표적항암제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는 같은 병실 환자들을 보며 안타깝고 미안했다”고 덧붙였다.
환자의 경제적 사정에 따라 치료의 선택의 폭이 달라지는 현실은 의료진도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녀의 주치의 김태중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표적항암제 치료가 정답이라고 할 수 없지만 재발 기간을 늦추고 항암부작용을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최선의 치료라 할 수 있다. 만약 이 약제가 첫 번째 치료에서부터 보험급여 적용이 되어 더 이상 비싼 약이 아니라면 많은 환자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난소암 극복-환자는 말한다] 표적항암제 치료후 완치 희망… 돈 때문에 처방 약이 달라서야
입력 2016-03-06 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