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IS)를 세우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해외의 이교도들을 파괴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IS가 얼마나 작든지 간에 IS와 맞설 것이기 때문이다.”
2001년 9·11테러를 조종한 뒤 미국의 추적을 받다가 2011년 파키스탄에서 미군 특수부대의 공격을 받고 사망한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라덴(사진)은 생전에 IS의 패망을 내다보며 이런 메모를 남겼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일(현지시간) 2011년 미군 특수부대가 빈라덴을 사살한 현장에서 입수한 문건 113개를 미 정부가 영문으로 번역해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문서들은 알카에다가 내부적으로 분열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방을 먼저 제압하지 못한 채 IS를 건설하려는 시도에 대해 빈라덴이 우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 정보당국 관계자는 “빈라덴은 IS를 세우는 것에 대해 불법성을 걱정했을 뿐만 아니라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면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에서 은신생활을 할 당시 빈라덴이 느꼈던 불안에 대한 내용도 문서에 드러나 있다. 빈라덴은 급격히 피해망상증 성향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심지어 아내의 치아에 위치추적 기능이 있는 칩이 이식돼 있다고 의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과 치료를 받으러 이란에 갔던 아내를 미군이 뒤따라가 칩을 심어놨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는 ‘아부 압달라’라는 가명으로 쓴 편지에서 “(아내의 치아에 이식된) 칩의 크기는 밀알 정도로 작을 것”이라고 한 뒤 “이 편지를 읽은 후에는 파쇄해 달라”고 적어 놨다.
미군이 드론을 이용해 자신을 추적하고 있다는 데 두려움을 느낀 것을 보여주는 대목도 있다. 그는 알카에다 전사들에게 페샤와르의 집을 떠나지 말 것을 당부하면서 “구름이 많이 낀 날만 예외로 한다”고 전했다.
이날 공개된 것 중 가장 오래된 문서는 1991년과 1996년 사이에 빈라덴이 친필로 작성한 것으로 “2900만 달러(약358억원)의 개인재산을 지하드(이슬람성전)를 위해 써 달라”고 부탁한 내용이 담겨 있다. 미 정보당국은 올 하반기 빈라덴과 관련한 문서들을 추가로 공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드론은 위험하니 구름 낀 날만 외출하라”… 미 정부, 빈라덴 사살 현장서 입수한 문건 번역 공개
입력 2016-03-02 18:38 수정 2016-03-02 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