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조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근 들어 가장 관심이 많은 주제는 ‘건강’일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이 60세에 환갑잔치를 하는 것은 당사자의 자랑이요 가족의 기쁨이었다. 하지만, 요즘 환갑잔치를 얘기하면 실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변에 환갑잔치를 하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평균수명은 남자는 78.5세, 여자는 85.1세이니, 이 정도라면 80세 정도는 되어야 잔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최근에는 ‘99팔팔23사’라고 해서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2∼3일 앓다 죽고 싶다’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것처럼 좀 더 적극적이고 변화된 건강개념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반적인 노화의 과정은 만성질환 또는 건강위험요인을 갖게 되거나 노쇠로 인한 기능 장애를 일으키게 되어 인생의 중후반기에 신체기능과 삶의 질이 저하되게 된다. 노쇠는 성년이 된 이후에 노화과정에 따라 생리적 조절 기능이 감소하고 신체의 여러 기관의 조절 장애로 인해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현상으로 일반적으로 신체적 질병뿐만 아니라 신체적 기능장애, 활력 감소, 기억력 감퇴, 정서 변화, 신경계 기능장애, 일상생활장애 등과 관련되어 있다. 심한 피로, 허약감, 신체활동 감소, 체중감소, 보행속도 감소는 노쇠의 특징적인 신체적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노쇠로 인해 나타나는 양상은 애매모호해 현재의 질병 분류 체계에 속하지 않고 그에 대한 진단 및 치료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노쇠한 노인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노화의 과정에서도 건강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는 건강노화가 필요하다. 건강노화란 만성질환 및 건강위험요인을 조절하고 노쇠로 인한 기능장애를 회복시켜 최적의 건강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 나이에 상관없이 건강해지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건강증진은 우리들 각자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각기 다른 능력을 물려받고 태어났다는 데서 출발한다. 건강상태는 개인마다 다르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런 개인의 건강상태는 유전, 환경, 건강관련 행위의 세 가지 요인에 의해서 결정되며 이중 건강관련 행위가 개인의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건강증진은 질병의 조기진단과 건강증진으로 나누기도 한다. 질병의 조기진단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건강검진의 과정이라고 보면 되는데, 이는 외견상 증상이 없는 사람에서 중요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방법이다. ‘증상이 없는’이란 말은 건강한 사람뿐만 아니라 질병이 발생했더라도 발견하지 못한 사람까지도 포함된다. ‘중요한 질병’이란 질병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서 사회적으로 충분히 문제가 될 정도로 흔하고 그 결과로 사망 등의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조기에 발견’이라 함은 질병을 발견한 후 그에 대한 적절한 치료법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아주 희귀한 유전병이나 감기 같은 가벼운 질병, 발견 후에도 치료방법이 없는 질병들은 대상에서 제외가 되고 고혈압, 당뇨 같은 생활습관병과 암 등의 만성퇴행성질병을 대상으로 한다.
건강증진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질병이나 증상이 없는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해 ‘건강한 사람을 더욱 건강하게’라는 표어로 표현되기도 한다. 둘째, 개개인의 상태나 특성에 맞게 개인적으로 적용된다. 셋째, 한 가지 질병이나 증상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을 전체적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넷째, 질병이 발생할 위험을 사전에 예방한다. 다섯째, 건강해지려는 개인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참여한다. 이에 대해 기존의 전통적인 질병치료와는 개념적으로 차이가 난다.
수동적으로 행해지는 기존의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능동적으로 개개인이 참여하는 건강증진은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아이템이 되고 있다.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에 대해 더욱 큰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질병을 가진 채로 겨우겨우 삶을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으로 최상의 건강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건강은 누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선물인 것이다.
최재경 가정의학과 교수
[건국대병원의 제안-더 나은 노년] ‘99팔팔23사’… 충분히 가능하다
입력 2016-03-06 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