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당 대 민주당, 공화당 대 신민당. 제5공화국 이전 선거는 대개 이런 대결구조였다. 야당이 분열된 때도 있었지만 야권통합은 무소불위의 이승만, 박정희 독재정권에 맞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다. 제3당의 존재는 미미했다. 유신시절이던 1973년 신민당 비주류들이 탈당해 민주통일당을 창당하기도 했으나 그해 치러진 9대 총선에서 양일동 당수를 비롯한 당 간부들이 대거 낙선함으로써 제3당 창당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1노3김의 확고한 지역기반을 바탕으로 탄생한 4당 체제가 유지된 특이한 사례도 잠시 있었지만 양당제가 고착화된 우리나라에서 제3당이 뿌리를 내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정주영의 통일국민당, 김종필의 자민련이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성공, 제3당으로 자리를 잡는 듯했으나 두 사람의 대권도전이 물거품이 되면서 두 당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당시 기자들은 국민당과 자민련을 ‘한편당’이라고 부르곤 했다. 기사를 작성할 때 여당→제1야당 순으로 쓴 뒤 말미에 ‘한편 국민당은∼’ ‘한편 자민련은∼’이라고 써서 붙여진 이름이다. 써도 그만, 안 써도 대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국민의당이 2일로 창당 한 달을 맞았다. 하지만 4·13총선에서 제1야당이 되겠다던 창당 당시의 호기는 찾아볼 수 없다. 급기야 지난달 말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선 지지율이 한 자릿수(8%)로 떨어졌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1일 기자회견에서 “국민 속으로 들어가 다시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면서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고 당사를 떠났다. 그럴 거면 ‘기자회견’이라고 하지를 말든가.
인기를 먹고 사는 이들은 악플보다 무플을 더 무서워한다. 악플은 그나마 관심이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지지율을 보면 국민의당은 무플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돌아가면서 당 지도부가 아픈 것도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일이 술술 잘 풀리면 아프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법인데.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한마당-이흥우] ‘한편당’
입력 2016-03-02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