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다나의원에서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C형간염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했다. 보건당국은 주사기 재사용해 집단 C형간염이 발생시킨 A원장에 대해 뇌손상과 고령으로 판단에 문제가 있거나 주사기 재사용에 대해 무신경했던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또한 최근 강원도 원주에서도 주사기 재사용으로 집단 C형간염이 발생했다. 해당 의료기관 원장의 비용 절감이 이유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환자 몸에 닿은 일회용 의료 도구를 버리지 않고 또 다른 환자에 다시 사용한다는 것은 환자 몸에 사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직접 옮기는 일이다. 따라서 의료기관 내에서 투철한 감염관리는 의료인의 기본 자질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내시경 받던 2명 수퍼버그 감염=일각에서 일회용이 아닌 소독해서 사용하는 의료기기라도 집단 감염 사례는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소독해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의료기기가 내시경이다. 위와 대장의 건강상태를 살펴보는 내시경의 경우 사용할 때마다 높은 수준의 이상의 소독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높은 수준의 소독’을 의료인 양심 잣대로만 맡기는 것이 현 의료사정을 반영하지 않은 안일한 생각이라는 지적이다.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미국에서도 십이지장 내시경을 받은 성인 2명이 수퍼버그(세균)에 감염돼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는 한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수퍼버그 감염 사례는 환자에게 내시경을 소독하지 않은 채 재사용한 게 문제였다. 이 교수는 “내시경을 소독하지 않은 채 사용할 경우 환자의 위와 장에 사는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 곰팡이가 내시경에 부착되어 다른 환자에 전파된다. 전염된 환자는 급성 패혈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독하지 않은 내시경 사용, 한국서도 벌어질 수 있다=내시경에 사용하는 소독제는 다양하다. 또 내시경 겉만 소독하는 것이 아니라 내시경 부속물이 효과적으로 소독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실제 내시경의 어떤 부위는 자동세척소독기로 세척되지 않기 때문에 직접 손으로 소독해야하고, 이때 높은 수준의 소독제와 멸균제를 사용해야 한다. 내시경 소독에는 소독제나 멸균제, 세척기가 필요하고 직접 소독할 의료인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내시경 소독과 감염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의사 개인에게 맡겨진 상황이다. 이와 관련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소독 수가 신설이나 현재 내시경 수가를 올리는 방안으로 소독 행위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해야한다고 주장해 왔다. 비용문제로 감염관리가 어렵다고 느낀 의료인은 효과적이지 않는 소독제를 사용하거나 비용 문제로 서너명이 필요한 의료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필요한 소독비와 인건비는 건강보험에서 지원되지 않고 의료인 양심에만 맡겨진 감염관리는 언제든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동호 교수는 “현재 내시경 수가는 인도보다 낮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소독비와 인건비를 정부에서 지원해주지 않는다면 재정이 어려운 중소병원에서는 비용 때문에 감염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감염 대책으로 소독에 필요한 비용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내시경 감염 한국도 불안… 중소병원 소독·인건비 지원 적극 고려를
입력 2016-03-06 1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