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 전공의 기피 존폐 갈림길… 처우개선 재정 투입 등 정부 특단 지원책 절실

입력 2016-03-06 18:22
비뇨기과 내부에서는 단절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정부는 외부적으로 드러나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2011년 이후 비뇨기과 신규 전공의 지원율은 50% 이하로 급격히 떨어졌고, 2014년 지원율은 26.1%로 26개 전문과목 중 가장 낮았다. 이후 더 이상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전공의 지원율로 인해 현재 비뇨기과는 존폐 위기까지 몰려있다. 이는 서울의 소위 빅5 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대한비뇨기과학회 등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 비뇨기과 지역별 전공의 최종 확보현황은 추가모집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30% 이하인 지역이 대부분이다. 또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원율을 비교해보면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하다. 지난해까지 지역별 비뇨기과 수련병원에서 전체 전공의 수가 0명이거나 1명이 수련병원은 수도권 62%, 비수도권 68%로 전공의 부재로 인한 심각한 진료공백 현상이 발생하기 직전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2003년부터 기피 지원 진료과의 지원율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 전공의 수련보조수당을 신설, 8개과에 월 50만원(4년간 2400만원)을 지원했다. 그럼에도 기피과 전공의 확보율이 개선되지 않고 있고, 다른 전공과목 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올해 2월 응급의학과를 제외한 다른 과의 지원 폐지를 결정했다. 문제는 이러한 지원 대상에 비뇨기과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상대적인 박탈감이 더 컸다는 것이 비뇨기과 의료진들의 지적이다.

또한 노인요양병원도 배뇨장애와 요실금 등 비뇨기과 질환을 담당해야 하지만, 타과에 비해 부족한 비뇨기과 전문의도 문제라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8개 진료과에 대해 전문의 가산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비뇨기과의 경우 전문의 가산이 없고, 일당정액제로 묶여있어 배뇨, 요로감염, 카테터 관리를 할수록 수익성이 좋지 않아 전문의를 두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한비뇨기과학회는 최소 8대 전문의 가산 폐지나, 비뇨기과 전문의도 요양병원 전문의 가산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비뇨기과학회는 비뇨기과 신규 전공의 지원율이 40% 이하로 현재처럼 과 존폐 위기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고난도 비뇨기과 수술을 할 수 없게 되고, 암환자나 외상환자, 응급환자를 정상적으로 진료하거나 치료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비뇨기과 중증환자 또한 진료하거나 수술이 불가능해 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결국 비뇨기과 전문의가 진료해야 할 환자를 비전문의사가 진료하게 돼 의료의 질이 심각하게 저하되고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비뇨기과학회의 지난 2012년 조사에 의하면 2차 의료기관에서 비뇨기과에 내원하는 외래 환자수는 하루 평균 39.7명, 비뇨기질환자수 비율은 76.5%이지만 비뇨기과 수술건수는 한달 평균 18.6건에 불과하다. 또 전공의나 보조인력 없이 의사 1∼2명만으로 운영되는 의료기관이 많아, 시설이나 장비에서도 제한이 많다는 것이다.

진료과 존폐 위기 대응을 위해 비뇨기과학회는 최근 비뇨기과 전공의 정원조정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비뇨기과학회 평의원회는 지난 2010년 11월 회의를 열고, 신규 전공의 배정 기준안(감축안)에 따라 2013년 87명으로 줄여 2016년까지 적용하고 있다. 외부 전문기관과 진행한 연구를 통해 비뇨기과 신규 전공의를 총 정원을 50명으로 정하고 전공의를 뽑는다면 10∼15년 후 수요와 공급 균형이 맞을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17년부터 전공의 총정원제(50명)를 시행하기 위해 대한병원협회에 관련 내용을 제안한 상태다.

이와 함께 비뇨기과학회는 비뇨기과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 지원도 적극 요청하고 있다. 학회 측은 전공의가 비뇨기과를 선택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수입이 적다는 점을 꼽는다. 비뇨기과 학회 측은 “대다수 비뇨기과 전문의들이 비뇨기과의 낮은 보험수가로 인해 3차 대형병원 교수들도 타과 수준의 수익 달성을 위해 초과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흉부외과와 외과에 대한 보험수가 가산을 시행해 이러한 부담은 더욱 심해졌다”고 호소했다. 또한 1차 진료를 담당하는 비뇨기과 개원 의사들은 고가의 장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가로 진료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고, 비뇨기과 전문 진료 보다 피부과 등 타과 진료에 주력하고 있어 오히려 비뇨기과 진료영역을 타 진료과에 빼앗기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비뇨기과학회는 존폐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 지원책으로 ▲비뇨기과 수가 가산 ▲체외충격파쇄석기 신규설치 및 기계 교체시 비뇨기과 전문의 단독전속 인력기준 시행 ▲비뇨기과 전공의 처우 개선을 위한 의료재정 투입 ▲비뇨기과 신설 행위 수가신설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인 5알파환원효소억제제의 오남용 방지를 위한 요양급여기준의 변경 및 제한 설정 ▲발기부전, 조루증 약제에 대한 비뇨기과 전문의 처방 우선권, 의약분업 예외인정 및 약마진 인정 ▲불합리한 비뇨기과 급여기준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국회에서 열린 ‘비뇨기과 위기 극복’ 토론회에서 이상돈 대한비뇨기과학회 수련이사(부산의대)는 “장기간 지속되는 비뇨기관 전공의 지원저하를 방관만 하지 말고 쇼크에 빠지기 전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대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비뇨기과 역시 다른 여러 과들과 같이 수가조정, 가산금 지원, 전공의 수련보조수당 지급, 비뇨기과 약물처방 우선권, 요역동학검사 판독료 신설, 전립선암 국가암검진 지정, 요양병원 전문의 가산과 지정 등의 정부의 지원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밝혔다.

조민규 기자 kioo@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