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일 참석한 제97주년 3·1절 기념식장에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 등 여야 대표도 참석했다. 이들은 행사장 맨 앞줄에 자리했다. 박 대통령이 정 의장과 여야 대표들 바로 앞에서 국회를 겨냥해 “직무 유기”라며 “국민이 나서달라”고 비판한 셈이다.
박 대통령이 자신이 직접 서명했던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서명운동’을 두 차례 언급하면서 국회를 정면으로 비판할 때 이들의 굳은 표정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국회를 비판하고 법안 처리를 호소하는 부분에서 가장 많은 박수가 나왔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국무회의,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등에서 국회를 강도 높게 비판해왔지만,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바로 앞에서 성토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박 대통령은 19분간 기념사를 낭독하고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한 뒤 김무성 대표 등 여야 대표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퇴장했다. 하지만 이들과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정부의 핵심법안 처리가 계속 지연되는 데 따른 불편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해석도 나왔다. 지난해 기념식과 상반된 분위기가 연출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3·1절에는 기념식 직전 여야 대표와 환담을 하고 ‘청와대 여야 대표 회동’에 합의했었다.
박 대통령의 올해 기념사에는 북한의 연쇄 도발로 긴장이 고조된 현 정세가 그대로 반영됐다.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 왔던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 진전의 단골 소재는 사라지고, 핵 포기를 위한 압박과 제재가 강조됐다. 민간 교류, 철도 복원, 역사 공동연구 제안 역시 이번엔 없었다. 박 대통령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도 21차례의 ‘국민’에 이어 ‘북한’(19차례) ‘핵’(15차례) 순이었다. 박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선 미래지향적 관계 정립에 초점을 맞췄다. 다만 관련 언급을 할 때는 ‘역사 직시’ ‘역사적 과오’ 등 일본 정부가 과거사를 잊어선 안 된다는 점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남혁상 기자
朴 대통령, 정의화 의장·여야 대표 앞에서 “직무 유기” 국회 비판
입력 2016-03-01 2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