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에 열린 FC 서울과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미니 한·일전’. FC 서울의 유니폼엔 태극기가 부착돼 있었다. 산프레체 원정 서포터스는 관중석에 일장기를 내걸었다. 역사의 굴레는 평범한 경기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서울은 4번이나 “만세”를 부르며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서울은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산프레체와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한 아드리아노의 활약을 앞세워 4대 1 대승을 거뒀다. 태국 부리람 유나이티드와의 1차전(서울 6대 0 승)에서 4골을 몰아친 아드리아노는 2경기 연속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1, 2차전에서 7골이나 몰아친 아드리아노는 득점왕을 향해 독주했다. 서울이 기분 좋은 2연승을 내달리며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에 오른 데 반해 산프레체는 1, 2차전에서 모두 역전패해 비상이 걸렸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이날 3-5-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투톱에 아드리아노와 데얀을 배치했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산프레체 출신인 다카하기와 신진호를 투입했다. 좌우 윙백에는 고광민과 고요한이 나섰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주세종이 낙점받았다. 스리백엔 김동우, 오스마르, 김원식이 출전했다. 골문은 유현이 지켰다.
산프레체는 지난 시즌 J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최근 슈퍼컵에서도 정상에 오른 강호다. 산프레체는 공격진과 수비진의 간격을 좁혀 전방부터 강하게 압박했다. 서울은 압박 수비 때문에 유기적인 연계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결국 전반 25분 선제골을 내줬다. 시미즈가 페널티지역 외곽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골문 정면에 있던 치바가 헤딩슛으로 연결했고, 볼은 골키퍼가 손을 쓸 수 없는 골문 오른쪽 구석에 꽂혔다.
서울의 만회골은 전반 31분에 터졌다. 신진호가 오른쪽 코너킥을 올렸고, 페널티지역 왼쪽에 있던 김원식은 볼이 굴절돼 날아오자 왼발 논스톱 슈팅을 날려 그물을 흔들었다.
1-1로 비긴 채 시작된 후반. 서울이 패스 속도를 높였다. 그러자 공격 흐름이 빨라졌다. 동시에 아드리아노의 ‘쇼타임’이 시작됐다. 서울은 후반 4분 페널티지역 외곽 왼쪽에서 상대의 반칙으로 프리킥을 얻어냈다. 신진호가 높은 프리킥을 올리자 상대 문전에 있던 아드리아노가 오른발을 뻗어 볼의 방향을 바꿔 골문을 열었다. 아드리아노는 후반 11분 상대 문전에서 고광민의 도움을 받아 추가골을 뽑아냈다.
산프레체는 후반 25분 아드리아노에게 4번째 골을 허용한 뒤 추격의 힘을 잃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경기 후 “3·1절에 국민들을 조금이나마 기쁘게 해드려 만족스럽다”며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경기장에서 보여 줬다. 팀원들 간의 보이지 않는 믿음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중국 원정길에 나선 전북 현대는 난징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E조 조별예선 2차전 장쑤 쑤닝과의 경기에서 2대 3으로 졌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3·1절 ‘4골 만세’
입력 2016-03-01 21:21 수정 2016-03-02 0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