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해외펀드(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가 2009년말 종료된 후 7년만에 부활해 지난달 29일부터 출시됐다. 해외상장주식에 60% 이상을 투자하는 펀드로, 주식 매매·평가차익(환차익 포함)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국내 주식형펀드와 달리 기존 해외펀드는 매매·평가차익에도 세금을 매겨왔기 때문에 해외상장주식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라면 비과세 해외펀드로 절세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시중은행 담당자들에게 비과세 해외펀드 활용법을 물었다.
◇헬스케어·IT·소비재업종이 유망=전문가들은 국내 주식시장이 당분간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돼 펀드를 통한 해외주식 투자로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국가별 분산투자 뿐 아니라 성장잠재력이 큰 업종에 투자하라고 권한다. 유망업종으로 꼽히는 것은 헬스케어·IT·소비재 분야다. 비과세 해외펀드가 가입 이후 최대 10년간 비과세 혜택을 받는 것도 장점이다. 바이오·제약·의료서비스 등을 아우르는 헬스케어는 고령화 시대에 성장성이 큰 업종이고, IT분야 역시 디지털 세계와 미래기술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소비재 업종은 신흥국시장의 경제성장에 따른 중산층 증가, 선진국 소비자들의 고급소비재 수요와 관련이 깊다. 시중은행의 투자상품서비스 담당자는 2일 “고령화시대에 글로벌 헬스케어는 10년간 묵혀놔도 이익을 낼 수 있는 테마”라며 “IT업종이나 가치지향적 소비트렌드를 좇는 투자전략도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증권사 뿐 아니라 시중은행들도 전세계 헬스케어 종목 및 해외채권 투자를 섞어 포트폴리오를 만들거나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인구증가 및 소비성장세에 주목한 포트폴리오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자나 배당금 등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인컴(income)펀드의 경우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특성상 배당률이 높아 상대적으로 안정적 성향의 투자자에게 적합하다”는 의견과 “배당소득은 여전히 세금을 부과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비과세 해외펀드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선진국 투자 비중 높이고 신흥국은 적립식으로=양적완화 기대감이 큰 유럽,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미국 등 선진국시장은 한국보다 성장사이클에서 앞서 있어 투자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의 서수영 팀장은 “유럽은 양적완화가 이어지는데다 이달 추가 양적완화를 공표한 상태”라며 “비과세 해외펀드에 3000만원을 투자한다면 2000만원 비중으로 선진국시장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투자자문부의 허창인 이사는 “해외펀드는 한 나라에 ‘몰빵’하지 않고 여러 나라를 분산해서 들어가야 한다”며 “3000만원 투자 기준으로 유럽시장에 1500만원을 목돈으로 투자하고, 신흥국 투자는 여러 리스크가 있는만큼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여전히 유망지역으로 꼽혔다. 연초부터 위안화 환율 불안 등 중국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지만 3일부터 시작되는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및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앞두고 정책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양회를 앞둔 지난달 29일 은행 지급준비율을 0.5% 포인트 인하하는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38개 자산운용사가 출시한 비과세 해외펀드 310개 상품 중 중국에 투자하는 상품 수는 92개에 달한다.
◇2017년말까지 신규펀드 매수 적극 활용=비과세 해외펀드는 1인당 3000만원 한도로 가입할 수 있지만 계좌 가입은 2017년 12월 31일까지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신규 펀드 가입도 2017년말까지만 할 수 있고, 2018년부터는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기존 펀드납입액을 추가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제도의 특성을 잘 활용해 투자이익이 났을 때 중도 환매 타이밍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중도인출을 해도 주식 매매·평가차익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혜택은 그대로 유지된다. 허 이사는 “2017년말까지는 신규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익이 났을 때 환매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유럽시장을 한번에 들어가도 된다고 한 것은 중간에 수익을 실현한 후 신규 가입이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높은 수익·낮은 세금 비과세 해외펀드 돌아왔다고 전∼해라
입력 2016-03-02 1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