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는 청천벽력 같은 충격으로 패닉 상태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나는 두 마리 반려견의 보호자다. 은별이는 나를 세 번째 보호자로 만나 한 살 반에 내게로 와서 올해 열두 살이 됐지만 중증의 중복질환이 있어 수 종류의 약을 복용하며 주기적으로 검사해야만 하는, 손길이 많이 가는 아이다. 예삐는 삼개월 되던 때 내게로 와 열한 살이 됐다. 지금까지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아주 예쁘고 건강하게 잘 크는 정말 신통한 아이다.
재작년 말 예삐의 유선에 팥알보다 작은 혹이 생겨 대학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서 검사했다. 양성이고 너무 작으니 관찰해 보자는 소견이 있었다. 이후에도 양성으로 나와 설 이후에 제거하자는 의사 소견대로 지난주 혹을 떼러 갔다. 근데 X선 촬영 결과 혹이 악성으로 변해 폐로 전이됐고 항암제도 쓸 수 없게 됐으니 맛있는 것 해주고 편하게 해주라는 말을 들었다. 세상에 이런 무책임한 의사가 어디 있는가. 끙끙 앓던 아이가 암 판정을 받아도 가슴이 무너질 판인데 너무나 건강하고 예쁜 아이를 말기암 환자로 만들어놓다니.
시공을 나누어 쓰고 웃음과 눈물이 섞인 마음을 주고받은 반려견은 언제나 나의 곁을 지켜주는 고마운 아이들이다. 지혜롭지 못한 보호자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아 죄책감이 밀려든다. 다가올 엄청난 고통의 시간을 어떻게 서로 견뎌낼 수 있을까. 나만을 바라보고 기다리는 아이의 사랑스러운 눈망울을 어느 날 갑자기 볼 수 없게 된다면 그 상실감과 황망함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아직 함께해야 할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슬픔 속에 침잠하느니 이제부터라도 예삐와 함께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라도 만들어야 하는 걸까. 속히 공기 좋은 곳으로 이사라도 해야 하는 걸까. 생각하기도 싫지만 언젠가 다가올 우리 아이들과의 마지막 순간에 진정한 삶의 의미를 느끼며 품에 꼭 안고 함께해서 행복하고 고마웠다고, 참 좋은 아름다운 날들이었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그런 마음만 가득 담고 따뜻하게 이별할 수 있을까.
김세원(에세이스트)
[살며 사랑하며-김세원] 반려견 예삐와 은별이
입력 2016-03-01 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