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를 보면 암울하기만 하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수출 실적도 부진하다. 2월 수출액(잠정)은 364억 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12.2% 줄었다. 월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1월 이후 14개월 연속 감소세다. 역대 최장 기록이다. 종전 최장인 13개월 연속(2001년 3월∼2002년 3월) 마이너스 성장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 부진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월(-18.5%)보다 감소세가 다소 완화됐다는 점이다. 수출 단가가 급락한 반면 수출 물량이 증가세로 돌아서 수출액 감소 폭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감소 폭은 지난해 12월 이후 여전히 두 자릿수다. 수출 급감 양상에선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미다. 게다가 수출 부진의 주요 원인인 중국 경기 둔화와 저유가 장기화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런 대외 여건이 지속되면 수출 부진은 단기간에 타개하기 쉽지 않다.
수출이 부진하면 내수라도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한숨만 나온다. 한국은행이 엊그제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올 1∼2월 국내 경기는 내수 회복세가 약화되고 수출 부진이 이어져 개선 흐름이 중단됐다. 특히 내수 부진은 기업의 최대 위험요인이다. 국내 주요 제조업체들이 올해 경영의 위험요인을 꼽은 결과 첫 번째가 ‘내수 회복세 미약’(33.3%)이었다. 다음으로 ‘수출 부진 지속’(20.0%),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환율·금리 등 변동성 확대’(18.1%) 순이었다. 이 같은 내수와 수출 동반 부진은 경제성장률을 갉아먹어 저성장 고착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 경기 부진과 한반도 리스크 고조 등 대내외 불확실성은 경제심리 역시 최악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미 소비심리는 연말부터 2월까지 3개월 연속 악화돼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의 수준으로 위축됐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꽉 닫고 있는데 내수가 활성화될 수 없다. 2월의 기업 체감경기도 7년 만에 가장 나쁘다. 지금 기업들은 메르스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보다 경기 상황을 안 좋게 보고 있다. 기업의 채용과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처럼 가계와 기업에 비관적인 심리가 팽배해 있으니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리 만무하다.
이대로 가면 악순환이 반복된다. 정부와 정치권이 수출과 내수 부진을 타개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정치권은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간 또는 여야 내부 계파 간에 싸움질이나 하고 있으니 기대난망이다. 정부라도 현 상황에서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정책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데 관련 법안 통과에만 목매달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국회 탓만 하기에 앞서 제 역할을 다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사설] 수출부진 타개 위해 정책역량 총동원해야
입력 2016-03-01 1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