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발 ‘공천 살생부’ 파동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현역 의원들은 부적격 대상자 발표를 코앞에 둔 상황이어서 이번 사태가 공관위 결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김 대표를 포함한 최고위원회가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어떤 행위도 엄중 대응하겠다고 하면서 공천 주도권이 이한구 공관위원장에게 어느 정도 옮겨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김 대표는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더 이상 (살생부설 논란을) 신경쓸 필요 없다. 어제(29일)로 종료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 책임론에 대해서도 “여진이라는 게 있는 것이지만 이미 끝난 문제”라고 일축했다.
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대표 책임론이 계속 제기된 것에 대한 반론이다. 앞서 이장우 의원은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시중에 돌아다니는 얘기가 있다 할지라도 당의 대표와 국방위원장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것 자체가 안타깝다”며 “당대표를 보좌하는 측근들이 잘 조언해야 하는데, 늘 측근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자꾸 만들어내는 거야말로 정치를 희화화하고 불신을 조장하는 아주 나쁜 행태”라며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야 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반면 비박(비박근혜)계는 김 대표가 친박계가 목표로 하는 현역 물갈이와 전략공천을 사전 제어하는 효과도 일정 부분 얻어냈다는 평가를 내놨다. 김 대표가 물밑에서만 돌던 살생부설을 공론화해 공관위가 노골적으로 비박계를 쳐내는 시도를 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른바 ‘찌라시’(증권가 사설 정보지)에 언급된 비박계 인사들을 그대로 공천 탈락시킬 경우 공관위가 공정성 문제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 대표 역시 우선추천 지역 확대나 부적격 후보자 평가 등 민감한 공천 룰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곤란해졌다는 데 있다.
김 대표는 전날 ‘공관위의 공정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하고, 공천과 관련해 공정성을 저해하는 일체의 언행에 대해 클린공천위원회가 즉각 조사해 엄정 조치토록 한다’는 최고위 결정 사항을 수용했다. 사실상 공관위 결정에 영향을 미칠 만한 발언은 절대 하지 말라는 결정을 받아들인 것이기 때문이다. 상향식 공천 원칙을 훼손하려는 움직임에는 강하게 저항하겠다는 뜻을 알렸지만 거꾸로 스스로의 운신 폭도 제한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우선추천 지역 및 대상자 선정, 부적격 후보자 선정, 100% 국민참여 여론조사지 선정 등 민감한 룰을 모두 공관위가 결정하는 ‘권한 강화’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태경 의원은 오전 라디오에 나와 “이번 살생부 파문은 외풍을 차단해주는 순기능이 부분적으로 있었다”면서도 “어쨌든 이한구 위원장이 있는 공관위에 무게중심이 실릴 것은 확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공관위는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예비후보자 면접심사 결과를 토대로 지역구별 공천 부적격자 선별 작업을 이어갔다. 공관위는 2일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지역구 변동 지역 추가 공모 등 일정을 진행할 방침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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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01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