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극계의 고질적인 문제는 뛰어난 희곡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극작가는 한국 연극계에서 보물 같은 존재들이다. 박근형(53) 고선웅(48) 장우재(45) 등이 그렇다. 이들 3인방이 3월 각각의 창작극을 들고 관객들과 만난다. 3명 모두 연출까지 직접 맡았다.
먼저 포문을 여는 이는 박근형이다. 10∼27일 남산예술센터에서 신작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올린다. 박근형은 지난해 연극계를 강타했던 검열 논란의 주인공이다.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지원사업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도 탈락해 파문을 낳았다. 이 작품은 이후 남산예술센터의 ‘2016 시즌 공동제작 공모’에 선정돼 비로소 무대에 올려지게 됐다.
남산예술센터의 올해 개막작이기도 한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2013년 경남 양산의 젊은 탈영병, 1945년 일본 오키나와에서 가미카제 특공대가 된 조선 청년, 2004년 이라크 팔루자에서 미국 식품업체 배달을 하다 납치된 선교사, 2010년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선박 침몰로 숨진 사람들 등 다양한 시공간을 오가는 이야기를 통해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가 되기도 하는 인간의 모습과 반복되는 죽음을 얘기한다.
연극, 뮤지컬, 창극을 오가며 손대는 작품마다 히트시키고 있는 ‘공연계 최고 블루칩’ 고선웅은 12∼28일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배우들과 공동 창작한 신작 ‘한국인의 초상’을 선보인다. 국립극단은 2014년 ‘자기응시’를 테마로 한 작품을 고선웅에게 의뢰했었다. 당시 다른 공연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었던 고선웅은 이번에 뒤늦게 국립극단 요청에 응하게 됐다.
국립극단이 올해 처음 선보이는 창작극인 ‘한국인의 초상’은 ‘속성 코스로 만나는 27개의 몽타주’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 27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현재 한국과 한국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될 정도로 한국은 성공한 나라의 반열에 올랐지만 한국인의 삶의 질은 낮기만 하다. 그리고 점점 악화되어 가고 있다. 배우들이 현재 우리 일상의 문제를 제기하고 즉흥연기로 풀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고선웅이 한편의 블랙코미디로 완성시켰다.
장우재는 22일부터 4월 17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환도열차’를 공연한다. 2014년 초연된 이 작품은 1953년 피란민을 태우고 부산에서 출발한 기차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현재 서울에 도착한다는 독특한 상상에서 출발됐다. 기차에서 혼자 살아남은 여인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한국사회의 모순과 갈등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2000년대 중반 떠오르는 극작가로 주목받다가 잠시 영화계로 외도했던 장우재는 연극계로 돌아온 뒤 ‘여기가 집이다’ ‘미국 아버지’ ‘햇빛 샤워’ 등 사회비판적 시각이 담긴 문제작을 잇따라 내놓으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그는 요즘 각종 연극상의 단골 수상자다. ‘환도열차’ 역시 초연 당시 여러 상을 받았다. 이번 앙코르 공연에서는 작품 메시지를 더욱 명료하게 드러내기 위해 희극적 내용을 부각시켜 극적 대비감을 더할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대표 극작가 3인방, 3월 연극무대 달군다
입력 2016-03-01 1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