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중 미군 함대의 포격에 피란민이 집단 희생된 ‘포항 미군 함포사건’에서 국가의 배상책임은 없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미군 함포사건으로 아버지와 동생을 잃은 방모(76)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 책임을 일부 인정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전쟁 당시 포항 앞바다에서 해안 봉쇄 및 지상군 함포 지원을 수행하던 미군 구축함 헤이븐호는 1950년 9월 1일 송골해변에 모여 있던 피란민 1000여명을 향해 10분간 함포 15발을 쐈다. 피란민 중에 인민군이 섞여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2010년 6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국군의 요청에 의해 함포사격이 결정됐다고 판단했다. 방씨 아버지와 동생을 비롯해 51명을 희생자로 결정했다. 방씨는 2013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국군이 미 해군에 함포사격을 명령했다거나 이를 요청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국군이 피란민 중 북한군이 섞여 있으니 포격해 달라고 요청한 게 함포사격의 결정적 계기였다”며 국가가 방씨에게 4800여만원을 배상토록 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는 국가의 가해행위가 아니라 미군의 가해행위에 의해 희생됐다는 취지”라고 봤다. 당시 ‘피란민은 적군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적으로 간주한다’는 미군의 피란민 정책과 인민군의 민간인 위장을 의심한 함포사격 실행이 결합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조사보고서가 ‘미국이 사과나 피해보상 등 조치를 취하도록 미국과 협상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점도 고려됐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대법 “한국전 당시 ‘美軍 함포 민간인 희생’ 국가 배상책임 없다”
입력 2016-03-01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