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일 “정부는 앞으로 더욱 확고한 안보태세와 국제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이 반드시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갈 것이다. 이제 선택은 북한의 몫”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연쇄도발을 감행한 북한을 겨냥한 강도 높은 압박 메시지를 천명했다.
또 경제혁신 3개년 계획, 4대 구조개혁의 성공적 완수를 다짐하면서도 각종 법안 처리를 계속 지연시키는 국회에 대해 “직무유기”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직접 나서 달라”고 국론 결집을 거듭 호소했다. 대일(對日) 메시지는 위안부 협상 합의 이행을 강조하는 수준의 간략한 언급만 있었다.
◇“비핵화 없는 한 대북 압박은 계속”=박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북한에 대해 “우리 정부는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고 변화를 거부하는 한 우리와 국제사회의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또 “핵 개발에만 모든 것을 집중하는 게 북한 정권을 유지시킬 수 없고 무의미하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순간까지 강력한 대북 압박과 제재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하면서 이제 남은 선택은 북한이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원칙론 수준이지만 ‘대화의 문은 닫지 않겠다’고 한 언급은 북한의 진정한 변화가 전제된다면 ‘비핵화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출구를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대화’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논의에 대해선 “국제사회의 단호한 의지가 응집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주변국들도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위한 길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 믿는다”며 중국의 대북 압박 동참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통일이 북핵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 개발을 멈추지 않는 현 상황을 끝내기 위해서도 한반도의 평화통일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며 “정부는 평화와 번영, 자유의 물결이 넘치는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어 갈 것이며, 그것이 바로 3·1운동 정신의 승화”라고 했다.
◇“국민 진실의 소리 필요” 거듭 강조, 국회 강력 비판도=박 대통령은 예년과 달리 국내 정치현안에 올해 기념사의 절반 가까이를 할애했다. 집권 4년차 들어서도 여전히 개혁과제 이행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만들어지지 않는 답답함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에게는 ‘나서달라’며 단합을 호소했고, 국회에 대해선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박 대통령은 “대내외적인 어려움과 테러 위험에 국민 생명과 안전이 노출된 상황에서 국회가 거의 마비돼 있다”며 “직무유기이자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퇴보가 아닌 발전을 위해, 분열이 아닌 통합을 위해 이제 국민께서 직접 나서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 “이럴 때일수록 국민 여러분의 진실의 소리가 필요하다. 나라가 어려움에 빠져있을 때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항상 국민으로부터 나왔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저는 어떤 정치적 고난이 있어도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4대 구조개혁을 반드시 성공적으로 완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일본엔 “한·일 관계 새로운 장 열자”=매년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일본 관련 부분은 올해 기념사에선 다섯 문장으로 대폭 축소됐다. 내용 역시 위안부 합의 이행 및 양국 관계 재정립에 초점이 맞춰졌다. 박 대통령은 “일본 정부도 역사의 과오를 잊지 말고 이번 합의의 취지와 정신을 온전히 실천으로 옮겨 미래세대에 교훈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서로 손을 잡고 한·일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한 분 한 분의 명예를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朴 대통령, “北, 핵으로 정권유지 못 한다는 것을 깨닫도록 하겠다”
입력 2016-03-01 2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