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화 가능성 열어둔 박 대통령, 북의 호응 기대한다

입력 2016-03-01 17:54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제97주년 3·1절 기념사 대부분을 북핵문제에 할애했다. 행사 성격상 한·일 관계가 주제가 되는 게 당연한데 대일 메시지는 위안부 합의의 취지와 정신을 온전히 실천해 미래세대의 교훈으로 기억되도록 하자고 촉구하는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 그만큼 북핵문제 해결이 시급하고 엄중한 과제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북의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처음으로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은 점이 이목을 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우리 정부는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지만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고 변화를 거부하는 한 우리와 국제사회의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발’이란 단어를 20차례 사용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대화’를 언급하지 않았던 지난달 16일의 국회연설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느껴진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김정은 정권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면 대화로 문제를 풀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혹독한 제재를 감수하라는 것이다. 러시아의 몽니로 당초 예상보다 늦어졌지만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2일 오전(한국시간) 표결에 부쳐졌다. 이는 핵으로는 결코 북한 정권의 체제를 유지할 수 없으며 고립만 촉진할 뿐이라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다.

공은 북한 김정은 정권으로 넘어가 있다. 핵을 포기하면 북한의 살길은 활짝 열려 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의 역주행은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3·1절 사설에서 “어느 때보다 무모해지는 미국과 남조선 호전세력의 북침 핵전쟁 도발 책동은 조선반도의 긴장 완화와 평화, 동북아시아 지역 안정을 위협하는 근본요인”이라고 강변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막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개전의 정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북한의 태도로 볼 때 채찍정책은 상당기간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기회에 핵으로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교훈을 김정은 정권이 뼈저리게 깨닫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허튼 불장난을 다시 하지 못한다. 과연 북한이 유엔의 제재를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훤히 보이는 살길을 외면하고 죽음의 길을 재촉하는 김정은 정권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