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총선 공약에 ‘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사라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주도한 인사가 야당 사령탑으로 영입됨에 따라 사실상 이 용어를 폐기한 성격이 강하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1일 국회에서 ‘차별과 격차 해소를 통한 공정사회 구현’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경제정책 관련 20대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김 의장은 “사회, 경제적 약자에 희망 사다리를 마련하고 불공정의 뿌리를 뽑고 대·중소기업 상생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발표된 공약은 ‘수저 계급론’으로 대변되는 격차와 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인사 청탁자 명단 공개’ ‘임금체불 악덕 사업주에 대한 제재 강화’ ‘저소득층 학생 및 중소기업 재직자에 대한 국비유학 기회 확대’ ‘소외계층 영재 발굴’ 등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 EBS-2TV 신규 채널 본방송을 앞당기고 비정규직과 청년 등 취약 근로자들을 위해 직업훈련비를 지원키로 했다. 이밖에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강화를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초기 제작자금 지원 시스템을 신규 도입키로 하고 다자 간 성과공유제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처럼 ‘공정’을 앞세운 공약 어디에도 경제민주화라는 표현은 담겨 있지 않다. 4년 전 대선 때는 경제공약이 대기업의 지배력 남용, 불공정 행위 차단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번엔 차별과 격차 해소, 공정한 기회 제공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20대 총선 공약의 경제 기조는 일자리 중심 성장’이라고 밝힌 바 있는 김 의장은 이날 “야당은 경제민주화라는 정치구호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발표한 ‘상생과 협력의 경제민주화 완성’이라는 총선 약속을 지적한 것이다.
당초 김무성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회 안정을 해치는 비합법적인 부(富)의 집중을 견제하고, 격차 해소와 공정한 경쟁 촉진을 위해 대기업 지배구조 완화 작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힐 때만 해도 이번 총선에서 ‘경제민주화 2탄’ 공약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도 김 대표의 주문에 따라 ‘경제민주화 2.0’ 또는 ‘착한 경제민주화’라는 공약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 “더민주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내세워 인기 영합주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제시할 게 뻔한 상황에서 맞불을 놓는 것보다 차별화하는 게 유리하다”는 의견이 힘을 받으면서 경제민주화 용어는 사실상 폐기된 것이다.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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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서 ‘팽’ 당한 ‘경제민주화’… 20대 총선 공약 발표
입력 2016-03-02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