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화이트 해커

입력 2016-03-01 17:42

블랙 해커는 다른 사람이나 회사, 기관, 정부의 컴퓨터 시스템에 침입해 사용자의 행위와 데이터를 불법으로 열람·변조·파괴하는 사람을 말한다. 화이트 해커는 블랙 해커의 공격에 대비해 방어 전략을 구사하고 보안 시스템을 개선하는 이를 지칭한다. 적대 관계를 유지하는 나라 사이에서 블랙 해커와 화이트 해커는 동전의 양면 같은 존재다. 자국에는 화이트 해커이지만 적국에는 블랙 해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 해커의 위험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미국 중국 일본 이스라엘 등 각 나라는 국가 차원에서 사이버 전사를 양성한다. 유사시 적국의 무차별적 사이버 테러에 굴복하지 않고 대응하기 위해서다. 북한은 사이버 전사 6000여명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이버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은 사이버 전사를 더욱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에 따라 정찰총국이 대남 테러를 준비하고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최근 밝혔다. 대남 테러 수법엔 사이버 테러도 들어 있다. 북한이 우리나라 정부와 금융기관, 원전, 방송사 등을 상대로 사이버 테러를 감행한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다.

고려대가 4년 전부터 사이버 전사 양성에 나섰다. 국방부와 고려대가 공동으로 사이버국방학과를 개설한 것이다. 최근 이 학과 1기생 28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밀리에 졸업식이 열렸다. 이들의 신상정보는 일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졸업생 뒷모습만 찍힌 사진이 언론에 실렸다. 그동안 교육과정도 비밀에 부쳤다. 이들이 해킹 방어 전문가인 화이트 해커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재학 기간에 등록금 전액 면제 혜택과 매달 생활비까지 받았다. 졸업 후 군사훈련을 받고 소위로 임관해 7년간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

이들이 실력을 갈고닦아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같은 북한 도발을 원격으로 저지하는 날이 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