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와이즈, 벼랑 끝 삼성을 살렸다

입력 2016-03-01 01:38
서울 삼성의 에릭 와이즈가 2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GC와의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골밑슛을 쏘고 있다.연합뉴스

벼랑 끝에 몰렸던 서울 삼성에 난세의 영웅이 나타났다. 그 주인공은 단신 외국인 선수 에릭 와이즈다.

삼성이 2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서 안양 KGC인삼공사를 92대 88로 물리쳤다. 2패를 먼저 당한 삼성은 이로써 1승을 추가하며 기사회생했다. 또 플레이오프 9연패의 사슬도 끊었다. 삼성이 플레이오프에서 승리를 챙긴 것은 2010년 3월 15일 전주 KCC전 이후 무려 2178일 만이다.

삼성은 경기 초반 높이의 우위를 이용해 내내 앞서갔다. 최고의 센터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앞세워 전반을 44-37로 앞서 나갔다. 라틀리프는 2쿼터에만 12점을 몰아넣으며 팀 공격의 선봉에 섰다.

하지만 잘나가던 삼성에 어두운 빛이 드리워졌다. 52-45로 앞서던 3쿼터 5분39초를 남기고 라틀리프가 공을 뺏기는 과정에서 파울을 범해 5반칙 퇴장을 당했다. 팀의 기둥이 사라지며 어려운 경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은 3쿼터까지 64-59, 5점 차로 근소하게 앞선 채 마지막 4쿼터를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삼성은 4쿼터 6분57초를 남기고 주포 문태영이 네 번째 반칙을 범해 파울 트러블에 걸리며 주도권을 완전히 KGC에 내줬다.

그런데 항상 라틀리프의 그늘에 가려진 와이즈가 혜성같이 나타났다. 와이즈는 4쿼터에만 무려 14점을 몰아넣는 괴력을 발휘하며 상대 추격 의지를 꺾었다. 4쿼터 삼성 전체 득점(28점)의 절반을 책임지며 라틀리프의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와이즈는 이날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23점을 넣었다. 리바운드도 11개를 걷어내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이상민 감독은 “라틀리프가 5반칙으로 나갔을 때 위기라 생각했는데 와이즈가 그 공백을 잘 메웠다”고 말했다.

반면 여자프로농구에선 용인 삼성생명이 플레이오프 진출해 실패해 고개를 떨궜다. 삼성생명은 청주 KB국민은행에 69대 87로 대패했다. 공동 2위 맞대결에서 패한 삼성생명은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됐다. 반면 7연승의 신바람을 낸 국민은행은 18승16패가 되면서 3위 자리를 확보,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획득했다. 이로써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에서는 부천 KEB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이 10일부터 3전2승제로 맞붙게 됐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