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29일 선거와 관련된 당무위원회의 권한을 위임받았다. 이로써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기존 ‘공천 룰’ 수정은 물론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에 관한 권한을 대폭 확보했다.
더민주 당무위는 29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당규 제정·개폐’와 ‘당헌·당규 유권해석’ 권한을 비대위에 위임했다. 이에 따라 비대위는 공천을 포함한 선거 관련 당규를 당무위 의결 없이 수정할 수 있게 됐다. 문재인 전 대표가 대표직까지 걸고 사수한 ‘공천혁신안’의 수정이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비대위는 또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 당헌에 명기되지 않은 당규 조항의 변경 권한도 갖게 됐다.
당장 선출직공직자평가에 따라 ‘1차 컷오프’된 문희상 홍의락 의원 등에 대한 구제 작업도 착수할 수 있게 됐다. 김 비대위 대표도 당무위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까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개혁을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많아 원안대로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권한을 위임받았으니 논의해 봐야 한다. 어떤 식으로 개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안 됐다”고 전했다. 더민주는 최근까지 당헌·당규에 ‘하위 20% 공천심사 배제’가 기재돼 있어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한 김 비대위 대표의 운신의 폭은 한층 넓어졌다. 당헌에는 청년·노동 분야(각 2명씩)와 취약지역(10% 이상) 후보를 우선 추천하도록 돼 있다. 이외의 사항은 당규에 명시돼 있어 김 비대위 대표가 원하는 인물을 비례대표로 넣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그가 그동안 외부인사의 전문성을 높이 평가한 점을 감안하면 중도 성향의 전문가 그룹이 약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야권 분열과 비례대표 의석수 감소로 인해 김 비대위 대표의 재량권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당선 안정권을 12∼13명이라고 보면 김 비대위 대표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비대위 대표가 공천 룰 수정 수순을 밟자 ‘김상곤 혁신위원회’ 인사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혁신위원이었던 조국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표나 공천관리위원회가 전권을 갖는 식으로의 회귀는 반대한다. 대표 재량으로 비례 자리를 주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추측한다”며 김 비대위 대표의 사천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필요한 일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당무위 관련 보고를 받은 후에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초 강력한 반발이 예상됐던 당무위에서도 박우섭 오중기 당무위원 등 2명 정도만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비대위 대표는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듯 “권한을 넘겨줬다고 해서 상식을 초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사심 없이 하겠다. 상식에 맞게 할 테니 비대위에 권한을 달라”고 호소했다. 현역 의원 대상 정밀심사와 관련해서도 “50% 물갈이니 30% 물갈이하는 뜻이 아니지 않느냐”며 “그렇게 되지 않을뿐더러 그럴 뜻도 전혀 없다”고 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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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29 21:52 수정 2016-03-01 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