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대위 ‘비상전권’ 획득… 문재인 “필요한 일”

입력 2016-02-29 21:52 수정 2016-03-01 01:18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들이 29일 광주 서구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에서 열린 공천 공개면접 심사에 참석해 질문지를 추첨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갑원 전 의원, 김광진 의원, 김선일 노관규 예비후보.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29일 선거와 관련된 당무위원회의 권한을 위임받았다. 이로써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기존 ‘공천 룰’ 수정은 물론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에 관한 권한을 대폭 확보했다.

더민주 당무위는 29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당규 제정·개폐’와 ‘당헌·당규 유권해석’ 권한을 비대위에 위임했다. 이에 따라 비대위는 공천을 포함한 선거 관련 당규를 당무위 의결 없이 수정할 수 있게 됐다. 문재인 전 대표가 대표직까지 걸고 사수한 ‘공천혁신안’의 수정이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비대위는 또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 당헌에 명기되지 않은 당규 조항의 변경 권한도 갖게 됐다.

당장 선출직공직자평가에 따라 ‘1차 컷오프’된 문희상 홍의락 의원 등에 대한 구제 작업도 착수할 수 있게 됐다. 김 비대위 대표도 당무위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까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개혁을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많아 원안대로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권한을 위임받았으니 논의해 봐야 한다. 어떤 식으로 개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안 됐다”고 전했다. 더민주는 최근까지 당헌·당규에 ‘하위 20% 공천심사 배제’가 기재돼 있어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한 김 비대위 대표의 운신의 폭은 한층 넓어졌다. 당헌에는 청년·노동 분야(각 2명씩)와 취약지역(10% 이상) 후보를 우선 추천하도록 돼 있다. 이외의 사항은 당규에 명시돼 있어 김 비대위 대표가 원하는 인물을 비례대표로 넣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그가 그동안 외부인사의 전문성을 높이 평가한 점을 감안하면 중도 성향의 전문가 그룹이 약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야권 분열과 비례대표 의석수 감소로 인해 김 비대위 대표의 재량권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당선 안정권을 12∼13명이라고 보면 김 비대위 대표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비대위 대표가 공천 룰 수정 수순을 밟자 ‘김상곤 혁신위원회’ 인사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혁신위원이었던 조국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표나 공천관리위원회가 전권을 갖는 식으로의 회귀는 반대한다. 대표 재량으로 비례 자리를 주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추측한다”며 김 비대위 대표의 사천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필요한 일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당무위 관련 보고를 받은 후에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초 강력한 반발이 예상됐던 당무위에서도 박우섭 오중기 당무위원 등 2명 정도만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비대위 대표는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듯 “권한을 넘겨줬다고 해서 상식을 초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사심 없이 하겠다. 상식에 맞게 할 테니 비대위에 권한을 달라”고 호소했다. 현역 의원 대상 정밀심사와 관련해서도 “50% 물갈이니 30% 물갈이하는 뜻이 아니지 않느냐”며 “그렇게 되지 않을뿐더러 그럴 뜻도 전혀 없다”고 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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