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정두언 ‘진실게임’ 서둘러 일단락… 새누리 뒤흔든 ‘살생부 논란’ 후유증 클 듯

입력 2016-02-29 21:27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했다가 ‘총선 살생부’ 파문을 불러일으킨 같은 당 정두언 의원과 밝은 얼굴로 인사하고 있다. 이동희 기자

29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 이른바 ‘비박(비박근혜) 살생부’ 파문에 불을 지핀 정두언 의원이 의총 시작 10분 전 회의장에 도착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진실 공방이 벌어질 때는 평소에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면 (누구 말이 맞는지) 알 수 있다”고 김무성 대표를 겨냥한 듯한 뼈 있는 말을 했다. 이어 도착한 김 대표는 정 의원과 악수하며 농담조로 “똑바로 얘기해라”고 했다.

살생부설(說)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만 해도 김 대표와 정 의원의 합동 작전으로 해석하는 기류가 있었다. 김 대표가 친박(친박근혜) 핵심에게서 공천 배제 명단을 구두로 전달받았고, 이를 MB정부 책사였던 전직 교수와 정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달이 났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청와대와 친박의 공천 개입을 사전에 차단하길 원했고, ‘화력’ 보충 차원에서 정 의원을 끌어들였다는 얘기였다. 공천 배제 대상으로 거론된 정 의원이나 김용태 의원이 수도권 험지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어 대체 인물을 찾기 힘들다는 점도 이런 추측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제 입으로 그 누구에게도 살생부 운운한 바가 없다”고 공식 부인하면서 불똥은 거짓말 논란으로 튀었다. 이날 의총은 야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규탄하기 위해 소집됐는데 관심은 온통 두 사람의 ‘입’에 쏠렸다.

비공개 의총에서 먼저 살생부 얘기를 꺼낸 건 김 대표였다. 김 대표는 사건 경위를 설명한 다음 의원들에게 사과했다고 한다. 최고위는 정 의원을 불러 진상 파악에 나섰다. 이어 ‘당대표가 사과하고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정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원유철 원내대표로부터 이런 내용을 전달받은 김 대표는 즉각 수용했다.

김 대표의 사과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 말이 나왔다. 당장 정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김 대표에게 직접 공천배제 리스트 얘기를 들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특히 “일은 벌어졌고 대표가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친박계도 이 문제를 더 키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 입지를 좁혀놓은 것으로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는 분위기도 있다. 한 의원은 “김 대표가 악수를 뒀고 상대(정 의원)도 잘못 골라 일을 키웠다”며 “이번 일로 깨달은 바가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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