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 여주인공의 실제 인물인 남자현(1872∼1933·사진) 열사를 새로운 국정 역사교과서에서는 만날 수 있을까.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는 29일 남 열사 등 여성 독립운동가를 교과서에 기술토록 결의문을 채택하고 촉구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남 열사는 ‘독립군의 어머니’로 불리는 대표적 여성 독립운동가다. 3·1운동 후 만주로 건너가 독립운동과 여성운동을 이끌었다. 사이토 마코토 총독 암살을 위해 국내에 잠입했고, 1932년 국제연맹의 만주사변 진상조사단에 손가락을 잘라 쓴 혈서 ‘조선독립원(朝鮮獨立願)’을 전달했다. 이듬해 만주국 전권대사 부토 노부요시를 사살하려다 붙잡혀 순국했다. 정부는 1962년 그에게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 남 열사는 임시정부 의정원 의장을 지낸 손정도 목사와 함께 기독교 신앙에 근거해 여성 계몽·교회 개척에 힘쓰며 독립군을 단합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남 열사는 지난해 흥행한 영화 ‘암살’에 그를 모델로 한 여주인공 ‘안윤옥’이 등장하면서 재조명됐다. 현행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여성 항일운동사를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채택률 30%의 비상교육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항일투쟁 여성은 유관순 열사뿐이다. 이밖에는 ‘여성이 주축인 송죽회 등이 항일활동을 벌여나갔다’는 대목이 전부다. 금성출판사는 일제강점기 민족운동사 ‘더 알아보기’에 여성 투쟁사를 짧게 실었지만 ‘민족운동가의 아내’ 정도로 조명되는 수준이다.
정부는 항일투쟁사 서술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김희선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장은 “부족한 역사인식이 교과서에서 드러난다. 남 열사와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 대한독립청년단을 결성한 조신성, 대한애국부인회를 조직한 김마리아 열사 등을 교과서에 수록하자는 결의문을 3월 중 정부에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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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없는 여성 항일투쟁사… 남자현 열사 실리나
입력 2016-02-29 21:09 수정 2016-03-01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