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안 채택이 임박해짐에 따라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외교전은 ‘2라운드’에 돌입했다. 러시아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결의 채택을 미루고 있지만 미·중 합의로 도출된 결의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관건은 중국 측이 제안한 ‘비핵화·평화협정 병행론’에 대한 한·미의 대응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7일 중·호주 외무장관회담 때 처음 이 제안을 내놓은 이후 워싱턴 방문 등 여러 계기가 있을 때마다 이를 강조해 왔다. 중국이 격렬히 반대하는 미국 고도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한반도 배치 문제 또한 주요 관전포인트다.
◇中, “비핵화·평화협정 하자”, 韓·美는 “글쎄”=한·미는 중국 제안이 ‘시기상조’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 비핵화 없이는 평화협정을 포함한 어떤 논의도 불가하다”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한·미의 이런 반응은 전적으로 과거 북핵 협상에 따른 ‘학습효과’에 기인한다. 북한은 지난 20여년간 수차례 비핵화를 공언하면서도 몰래 핵·미사일 능력을 계속 키워 왔다. 2012년 2·29합의를 이끌어낸 지 두 달이 지나지 않아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3호’를 발사했고, 이에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모든 기대를 접고 ‘전략적 인내’로 돌아섰다.
특히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만 해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며 적어도 핵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는 놨었지만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집권 이후에는 자신들이 ‘핵보유국’이라며 일체의 비핵화 논의를 거절하고 있다. 설령 중국 중재로 논의가 시작된다 해도 북한은 자신들이 관심을 갖는 평화협정에만 집중적으로 매달릴 뿐 비핵화 문제는 언급조차 꺼릴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뇌관’ 사드…아직은 수면 아래=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 또한 향후 한·미와 중국 간 가장 첨예하게 대립할 사안이지만 지금은 다소 잠잠해진 상태다. 우리 정부나 미국이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가 채택되기도 전에 중국과 갈등을 빚는 건 모양이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사드 문제로 한·중 관계를 해치지는 않겠다는 눈치다. 한국을 방문 중인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29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중국 측 입장을 밝혔다”면서도 “한·미가 중국의 관심사항을 중시하고, 타당하게 처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의 발언은 과거 중국 당국자들의 사드 관련 언급에 비해선 한결 수위가 낮다.
한때 중국이 사드 배치를 격렬히 반대하면서 “사드 때문에 한·중 관계가 파국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왔던 것과 달리 한국은 물론 중국 또한 ‘메시지 관리’에 부쩍 신경 쓰는 모양새다. 우 대표는 “양측이 공동으로 노력해 반드시 양국 관계를 공고히 수호·발전시키기로 했다”고도 했다.
우 대표는 임성남 외교부 1차관과 오찬을 함께하면서도 사드 반대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은 “사드는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용일 뿐”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드 언급은 한·중이) 말미에 기존 입장을 서로 확인한 정도”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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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01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