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오르내리면 탈락 확률 높더라”… ‘공천 살생부’는 경계 대상 1호

입력 2016-02-29 21:26
공천 계절이 다가오면 서울 여의도 정가엔 어김없이 ‘공천 살생부’가 떠돈다. 예전엔 휴대전화 문자나 정보지(찌라시) 형식으로 괴문서가 돌아다녔지만 요즘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을 발칵 뒤집어놓은 공천 살생부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임명 직후인 2월 중순부터 다양한 버전으로 유통됐다. 유승민계 의원 및 대구·경북(TK) 의원들을 물갈이하기 위해 친박(친박근혜)계 중진을 치는 이른바 ‘논개작전’에 대한 이런 저런 괴문서가 먼저 돌았다. 최근엔 ‘청와대와 친박 실세 의원이 이 위원장에게 1차로 꼭 공천해야 하는 인사, 2차로 절대 안 되는 인사 명단을 넘겼다’는 정황을 담은 찌라시도 등장했다.

진위와 상관없이 괴문서가 총선 때마다 떠도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여권 실세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살생부 명단이 수도권 공천자 발표 과정에서 상당수 적중한 뒤부터는 현역뿐 아니라 예비후보들도 살생부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18대 총선 때는 친박·친이(친이명박)계 의원이 포함된 살생부 명단이 돌자 이에 반발한 친박 의원 35명이 동반 탈당을 결의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19대 총선 때는 수도권과 영남권 현역 38명의 이름이 적힌 살생부가 여의도 정가를 술렁이게 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29일 “살생부에 이름이 오르지 않은 인사들은 대부분 공천됐지만 여러 살생부에 공통으로 이름이 들어갔던 인사는 탈락 확률이 높았다는 점 때문에 출처불명의 괴문서라도 무시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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