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무대 ‘공천 무대’서 멀어지나… 김무성, 살생부 논란 사과 파장

입력 2016-03-01 04:00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했다가 ‘총선 살생부’ 파문을 불러일으킨 같은 당 정두언 의원과 밝은 얼굴로 인사하고 있다. 이동희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살생부’ 논란이 불거진 지 사흘 만에 공식 사과하면서 리더십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이번 위기는 김 대표 스스로 논란의 중심이 됐다는 점에서 뼈아프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우선추천 지역과 부적격 후보자 선정 등 민감한 결정을 앞둔 시기여서 향후 공천 관련 권력 무게추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29일 오후 긴급 비공개 회의를 열고 김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고 김 대표도 받아들였다. 당은 살생부 논란의 실체는 없는 것으로 결론냈지만 당대표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언급한 것 자체는 ‘부적절한 행위’로 지목한 것이다.

친박(친박근혜)계가 공격 포인트로 삼고 있는 대목도 이 부분이다. 살생부 진위와 상관없이 김 대표가 직접 비주류 중진 의원을 만나 ‘공천에 대한 검은 음모’를 언급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공정한 공천 관리를 약속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해도 당대표가 비공식적인 자리를 통해 직접 의혹을 키웠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논란이 불거진 뒤 곧바로 해명하지 않고 정두언 의원과 다른 발언을 내놔 진실게임 공방을 초래했다. 김 대표의 거부로 성사되지 않았지만 최고위에서는 정 의원과의 대질까지 요구받는 등 논란 확대도 자초했다. 김태흠 의원은 “엄정하게 공천 관리를 해야 할 대표라는 사람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며 “공관위의 신뢰나 공정성, 권위 등을 실추시킨 것”이라고 했다.

이번 논란은 우선추천 지역 확대 여부와 부적격 후보자 선정 등 공천 룰 헤게모니 싸움이 한창일 때 벌어진 것이어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김 대표는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우선추천 지역 확대와 컷오프를 언급할 때마다 “당헌·당규에 위배된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지난 18일에는 이 문제로 서청원 최고위원과 격돌했고, 이후 항의성 침묵시위 차원으로 공개석상 발언을 삼갔다. 이른바 ‘묵언정치’로 상향식 공천 명분을 쌓아가던 상황에서 운신의 폭을 줄이는 ‘자충수’를 둔 것 아니냐는 평가다.

당 내부에선 친박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김 대표의 공천 관련 발언 자제를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지도부의 ‘경고’를 받아들인 모양새로 결론난 만큼 김 대표로서도 향후 공천 룰과 관련해 ‘갈등’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 수위를 조절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 친박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어찌됐건 자중하는 모양새를 보여야 한다”며 “공천 업무는 공관위에 전적으로 일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박계도 “이런 일로 당대표를 흔들어선 안 된다”고 맞서고 있어 향후 공천 실무작업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재연될 우려도 나온다. 김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김 대표는 걱정하는 마음에서 시중에 돌아다니는 얘기를 전한 것으로, 청와대도 김 대표에게 특별한 의도가 없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런 일로 분란을 키워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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