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가수’들이 돌아오고 있다. 50∼70대는 추억을 되살려서 반갑고, 10∼40대는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 1세대 로커 윤항기(73)와 화가의 삶을 택하며 가요계를 떠났던 정미조(67)가 콘서트 계획과 함께 복귀 소식을 전했다.
윤항기는 29일 서울 마포구 YTN공개홀에서 진행된 ‘2016 윤항기 55주년 나의 노래, 나의 인생’ 기자간담회에서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윤항기는 “한국에서는 원로 가수들을 ‘뒷방에 있는 가수’라고 생각하는 게 늘 안타까웠다. 재작년 55주년 기념 앨범을 냈고, 콘서트를 준비했는데 이제야 하게 됐다”고 했다. 윤항기는 4월 30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데뷔 55주년 기념 단독 콘서트를 연다.
1세대 로커이자 작곡가인 윤항기는 ‘별이 빛나는 밤에’ ‘장밋빛 스카프’ ‘나는 행복합니다’ 등의 히트곡을 발표했다. 가수 윤복희의 오빠이기도 한 그는 동생의 히트곡 ‘여러분’의 작곡가이기도 하다.
윤항기의 음악 인생에도 30여년의 공백이 있다. 1987년부터 신학을 공부해 목회자의 삶을 살았다. 2014년 은퇴한 뒤 신곡 ‘걱정을 말아요’를 포함한 55주년 앨범을 발표했다.
‘개여울’로 1970년대를 풍미했던 정미조는 무려 37년 만에 가요계로 돌아왔다. 72년 데뷔해 ‘그리운 생각’ ‘휘파람을 부세요’ ‘불꽃’ 등 7년 동안 숱하게 히트곡을 냈던 정미조는 79년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화가로 전향했다. 93년 파리 제7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3년 동안 미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가요계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37년을 보냈다.
지난해 수원대 서양화과 교수에서 정년퇴임한 정미조를 가요계로 다시 부른 이는 최백호였다. 최백호의 주선으로 음반 제작자와 만나게 됐고, 무려 2년 반을 새 앨범 준비에 시간을 쏟았다. 정미조는 “목소리가 제대로 나올지 용기가 안 났다. 하지만 첫 곡을 부르고 스태프가 ‘아름다운 악기 같다’며 박수를 쳐주자 안도가 돼 신나게 노래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발매된 정미조의 복귀 앨범은 긴 공백이 무색할 만큼 다채로운 음악들로 채워졌다. 그저 옛 추억을 더듬는 앨범이 아니다. 13곡 중 11곡이 신곡이다. 음악작업을 같이한 이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한국 재즈계를 이끌고 있는 색소포니스트 손성제가 프로듀싱을 했다.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 기타리스트 정수욱과 박윤우, 피아니스트 김은영, 베이시스트 이순용, 여성 드러머 서수진, 비브라폰 이희경 등 최고의 재즈 연주자들이 참여했다. 4월 10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컴백 공연도 예정돼 있다.문수정 기자
윤항기·정미조 ‘왕년의 가수’ 돌아온다
입력 2016-03-02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