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매매·평가차익과 환차익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 ‘해외주식 투자전용 펀드’(비과세 해외펀드)의 판매가 29일 개시됐다. 금융투자협회장과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첫 번째로 가입하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황영기 금투협회장은 이날 오전 미래에셋증권 여의도 영업부에서 직접 가입 신청서를 쓰고 비과세 해외펀드 1호 가입자가 됐다. 1인당 납입한도인 3000만원을 중국·인도·베트남 펀드 상품에 분산해 넣었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선진국 상품에 더 큰 비중을 할애하라는 권유에도 불구하고 황 회장은 이처럼 신흥국 상품에 ‘몰빵’해 관심을 끌었다.
황 회장은 “당장은 조금 어려울지 몰라도 5∼10년 후에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장기투자 관점에서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과세 해외펀드에 대해 “국내 예금만으로는 재산 증식이 어려운 시대에 효율적인 자산 증식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여유 있는 분들은 증여 목적으로 아들이나 손주 이름으로 300만∼500만원씩 가입한다면 교육적인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NH투자증권은 비과세 해외펀드 판매를 개시하며 김원규 사장과 한동주 NH-CA자산운용 사장 등이 펀드 가입 행사를 진행했다. KDB대우증권에서는 김택수 대우증권 탁구단 감독이 첫 번째 가입 고객이 됐다.
비과세 해외펀드는 소득 기준 제한 없이 누구나 내년 말까지 1인당 3000만원 한도로 가입할 수 있다. 주식 매매·평가차익과 환차익에 대해 10년간 과세되지 않는다. 다만 배당·이자소득은 여전히 과세 대상이다. 예를 들어 펀드 투자로 330만원(매매이익 300만원+배당소득 30만원)의 이익이 발생한 경우 배당소득 30만원에 대해서만 4만6000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이번에 38개 자산운용사가 310개 비과세 해외펀드를 내놨다. 기존에 있던 펀드를 비과세 대상으로 전환한 것이 286개이며, 새롭게 출시된 상품은 24개다. 지역별로 다양하지만 중국 투자펀드가 92개로 가장 많다.
가입하려면 펀드 판매사(증권사·은행·일부 보험사 및 자산운용사)에서 전용계좌를 개설한 후 전용펀드에 투자하면 된다. 납입한도만 있을 뿐 전용계좌 수에는 제한이 없다. 서로 다른 금융사에서 계좌를 만들 수도 있다. 기존에 투자하던 해외주식형 펀드는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반드시 신규로 전용계좌를 개설하고 전용펀드를 매수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는 비과세 해외펀드 출시가 정체된 펀드 시장을 되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마다 다양한 경품을 내걸고 고객 유치에 나서는 중이다.
유안타증권은 해외펀드 투자에 참고하도록 국가별 투자 매력을 비교했다. 민병규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그동안 필요 이상으로 떨어진 유로존 증시의 투자 매력이 크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제 정상화를 선언한 미국과 체질 개선이 진행 중인 중국 증시가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일본 증시에 대해선 장·단기 모두 부정적인 투자 의견을 제시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비과세 해외펀드 출시 첫날] 가입 1호 황영기 금투협회장 “中·印·베트남에 돈 묻었죠”
입력 2016-02-29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