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일 오전 9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중단한다는 내용을 담은 ‘중대 발표’를 하기로 했다.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처리를 더 이상 연기할 경우 여론의 역풍이 우려된다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의중이 강력하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더민주는 지난 29일 심야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고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는 데 뜻을 모았다.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필리버스터를 계속할 것이라면 중대 발표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필리버스터 중단 계획을 밝혔다.
앞서 열린 더민주 의원총회에서는 필리버스터를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선거구 획정을 위해 공직선거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구 획정안이 예정된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총선 연기론'이 불거지면 야당이 선거를 연기시켰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종걸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지만 김종인 대표가 선거 전략에 차질을 우려하며 필리버스터 중단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가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면서 테러방지법과 함께 선거구 획정안도 처리될 전망이다.
이 원내대표는 29일 오후 늦게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를 만나 국가정보원의 통신 감청요건 강화 등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결국 더민주는 여당이 더 이상 물러서지 않는 상황에서 필리버스터를 무작정 이어갈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가까스로 교착 상태를 벗어나게 됐지만 비판 여론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새누리당은 내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의 원인이 된 테러방지법에 대해 ‘추가 협상’은 없다는 자세를 고수했다. 원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야당이) 자꾸만 테러방지법을 수정하자고 하는 얘기는 테러방지법이 아니라 테러방치법을 만드는 것”이라며 “차라리 안 만드는 게 낫다”고 했다.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는 선거법을 우선 처리하자며 본회의 정회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새누리당은 거부했다.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면서 유권자들과 예비후보자들의 혼란도 커졌다. 선거 실무도 마찬가지다. 재외선거인명부 작성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 24일부터 시작해 3월 4일까지는 작업을 마쳐야 한다. 하지만 이미 개시 시점을 넘겼고, 오는 4일까지 마감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여야는 선거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정한 날짜를 올해 들어서만 1월 8일과 2월 4, 12, 23일, 29일 등 모두 다섯 차례나 어겼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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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필리버스터 중단’ 결론
입력 2016-02-29 21:34 수정 2016-03-01 0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