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쓸이는 옛말 유커 쇼핑패턴 바뀐다… 젊어진 유커 중저가 소비재 선호

입력 2016-03-01 04:06

‘싹쓸이 쇼핑’으로 큰손 이미지가 강했던 중국 관광객의 해외 소비 패턴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밥솥, 비데 등 천편일률적인 제품 구매에서 벗어나 각자의 취향을 드러내는 중저가 생필품을 선호하는 ‘작은 소비’가 자리 잡고 있다.

29일 코트라 베이징무역관이 작성한 ‘유커(중국 관광객) 해외여행 트렌드 어떻게 바뀌고 있나’에 따르면 중국 해외 여행객이 즐겨 찾는 품목이 밥솥이나 비데 같은 전통적인 선호 품목에서 중저가 소비재로 바뀌고 있다. 베이징무역관이 현지 언론 보도 등을 분석한 결과 춘제(春節·설) 연휴 기간 중국 해외 관광객의 선호 품목은 어린이 감기약, 스타킹, 텀블러, 전동칫솔 등 중저가 소비재로 다양했다.

이 같은 변화는 해외직구 및 중국 내 면세점 확충으로 제품 수요에 변화가 생긴 것과 젊은층의 해외여행이 늘어난 것 등과 관계가 깊다. 해외직구 등을 통해 중국에서 구입하기 힘든 제품이나 젊은층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작은 소비재들로 소비 성향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또 중국 내 브랜드들의 경쟁력 향상과 관세 인하 등으로 해외 면세점 이용 필요성도 이전보다 감소했다. 해외여행이 반복되면서 고가 제품을 이미 구매해 구매 수요가 줄어든 것도 한 이유다.

중국 내 트렌드 변화도 이러한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16일 펴낸 ‘대중에서 소중으로 진화하는 중국 소비자’ 보고서에서 “최근 중국에선 ‘대중’에 대한 반대 의미로 천편일률적인 제품보다 소비자 각각의 개성을 반영할 수 있는 취향 기반의 제품 선호 트렌드를 나타내는 ‘소중’이라는 단어가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쇼핑 환경에 익숙한 1980년∼2000년대 출생한 Y세대가 소비를 주도하면서 유행을 따르거나 선도할 수 있는 제품에 방점을 찍는다는 것이다.

실제 구매금액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춘제 기간 일본 미쓰코시이세탄백화점의 전체 중국인 매출은 20% 늘었지만 1인당 구매액은 전년 대비 15% 줄었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중국인 1인당 쇼핑액도 1분기 17만6975엔에서 4분기에는 16만3928엔으로 하락했다. 국내 최대 면세점인 롯데면세점의 중국인 1인당 구매액 역시 2013·14년 7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56만원 선으로 낮아졌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자유여행객이 늘면서 중국 여행객의 소비 트렌드 변화가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며 “다양해지는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상품 개발이나 마케팅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