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24∼26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한·미 연례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TTX) 한국 측 대표단에게 전략자산을 공개한 것은 강력한 한반도 방어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한반도 배치를 재고(再考)하려는 수순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온다. 사드 없이도 남한을 방위할 수 있는 다른 억제수단이 있음을 보여주려 한 것이란 얘기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 측은 TTX 과정에서 사드 배치의 구체적 일정은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국방부는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는 미국 입장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홈페이지에 사드 자료를 게시하는 등 연일 ‘사드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사드를 둘러싼 한·미의 동상이몽이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 배치(논의)는 대한민국 방어에 도움이 되고 미국 측에서도 한국 거주 미국인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공통 인식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변인은 양국 공동실무단 협의 일정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채 “한·미 간 공동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사드 배치 문제를 총괄하는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도 “(양국) 정부 간에 서로 상황에 대해 공유하고 있다”며 “더 이상 말씀드릴 사항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류 실장은 반덴버그 기지에서 엘레인 번 핵미사일방어정책 부차관보, 에이브러햄 덴마크 동아시아 부차관보 등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TTX를 마치고 귀국했다. 일각에서는 북한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 가운데 가장 시급한 사안인 사드가 논의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국방부는 사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겠다며 사드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홈페이지에 ‘사드가 11차례 실시된 실사격에서 100% 성공했다’는 미국 자료를 올려놓은 것은 지나치게 일방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관련기사 보기]
한·미, 사드 동상이몽?
입력 2016-02-29 21:22